치적과시·민영화 명분 만들기 활용 비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라 공공기관이 매각한 50억원 이상의 자산 중 90% 이상이 이미 매각됐거나 매각계획이 잡혀 있었단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 실적을 무리하게 부풀려 치적 과시와 공공기관 민영화 명분 만들기 용도로 활용하고 있단 비판이다.
29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공공기관들은 1조4332억원의 자산매각 실적을 보고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해당 자산 매각 리스트를 받아 50억원 이상으로 매각된 모든 자산 22건(총 매각액 1조972억원, 전체의 76.6%)을 공공기관들로부터 별도로 확인한 결과 이 중 9건(매각액 2518억원)은 기재부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한 7월 29일 이전에 이미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수로는 전체의 40.9%, 매각액 기준으로는 22.9%이다.
이미 매각 계획이 잡혀 있거나 일상적으로 해 왔던 매각 건을 추가하면 비율은 더욱 커진다. 코레일의 광운대역, 서울역북부, 대전역세권, (구)포항역 사업은 각각 2017, 2019, 2020, 2021년 매각계약이 체결됐는데, 2022년 8월 이후의 잔금과 중도금 4302억원이 모두 실적에 포함됐다. 또 한전의 의정부변전소 잔여부지 역시 계획 발표 두 달 전인 2022년 6월 초에 매각공고가 게시됐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4월 12일 한전 이사회에서 결정됐던 사항이다.
서천화력발전소 철거에 따른 고철 판매 역시 발전소 철거 이후 계획됐던 건이다. 1차 고철 매각 공고가 대선 전인 22년 3월에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아라뱃길 항만시설관리권 판매는 이전부터 해 왔던 일로,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는 한수원이 2016년부터 선사들에게 이를 매각한 기록이 확인된다. 이런 사업들을 전부 포함하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계획과 상관없이 매각될 예정이었던 자산 건은 실적 전체의 81.8%인 18건, 매각액 기준으로는 92.0%인 1조95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실적 부풀리기는 이번 정부 기재부에서 처음이 아니란 지적이다. 2023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기재부는 지출구조조정 24조원을 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백신예산 구입 등 코로나 대책사업 7조2000억원이 포함됐다. 구조조정과는 상관없이 코로나 종식과 함께 편성되지 않을 예산이 전체 실적의 43%를 부풀린 셈이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규모도 실제 9조9000억원이나, 기재부는 감축과 무관한 사업들도 합산해 11조9000억원으로 부풀려 발표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 자산매각 실적의 90% 이상이 뻥튀기”라며 “어차피 팔 계획이었던 자산을 내세워 미미한 공공기관 구조조정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며 “공기업의 자산은 국민의 자산인 만큼 민간 매각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