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패키지 내용 공지, 희망퇴직 신청 접수···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 가동
노조 85명 위임장 확보, 직원 만나 의견 교환···향후 시나리오별 대책 준비 
희망퇴직과 이직 신청 제외 인력 핵심···잔류 희망자 거취 따라 노사대립 가능성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100여명 직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국MSD 사태가 현재 정중동 상황으로 분석된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회사측은 위로금 내용도 공개했다. 직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노조는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향후 정리해고와 잔류 희망자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지난 12일부터 GM(제너럴 메디슨) 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있다. 이달 초 스위스 MSD 본사와 종근당이 당뇨 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등 3개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MSD가 종근당에 자누비아 시리즈 국내 판매와 유통권리는 물론 허가, 상표, 제조 등 모든 권리를 넘기는 내용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7월 15일부터 2038년 8월 31일까지다.  

이에 한국MSD는 오는 7월 말까지 GM 사업부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신청받겠다는 입장이다. 단, 신청 현황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와 함께 아웃플레이스먼트(외부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란 퇴직하는 직원을 상담, 이직이나 창업 등 진로를 컨설팅하는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회사는 희망퇴직 신청 직원에 제공하는 희망퇴직패키지 내용도 공지했다. 업계에 알려진 대로 ‘2n+10’에 20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2n+10은 예를 들어 10년 근무한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10에 2를 곱한 다음 여기에 10개월을 더한 30개월치 기본급을 지칭한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 평균으로 알려진 ‘2n+6’에 비교하면 4개월치가 더 많은 금액 규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MSD가 제시한 희망퇴직패키지 수준이 업계 관행이나 평균치보다 약간 높은 규모지만 이를 직원들이 수용할 지 여부는 각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처럼 한국MSD가 희망퇴직패키지 공개와 희망퇴직 신청 접수,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동정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7일 ‘구조조정 전문기업, 토사구팽 전문기업’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업계 최대 구조조정’ ‘특허만료 의약품 손절, 직원은 정리해고 수순’ 등 문구를 담은 피켓시위만이 외부에 알려졌을 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MSD 사태는 단순히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100여명 GM 사업부 직원들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사례는 다르지만 일동제약도 이날 구조조정을 확정하고 발표한 상황인데 직원들만 희생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한국MSD 노조는 물밑작업을 활발히 진행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GM 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은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전체 100여명 직원 중 85명으로부터 위임장을 수령했다. 회사가 추진한 직원과 일대일면담도 보이콧시켰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와 개별면담이 해당 직원들에게는 심적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보이콧 사유를 설명했다. 노조 집행부가 GM 사업부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로선 회사가 합법적 테두리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예상되는 상황은 희망퇴직과 이직 신청자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정리해고를 진행할 가능성이다. 규모는 예상할 수 없지만 희망퇴직 신청과 이직 신청 등이 일단락되면 한국MSD가 나머지 직원을 전격 구조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측면에서 잔류 희망자는 중요 이슈다. 회사는 GM 사업부 직원들을 희망퇴직과 이직 등으로 정리할 가능성을 예상하지만 회사 다른 사업부로 옮겨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 거취가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잔류 희망자에 대해 회사는 대화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현재로선 회사 잔류를 원하는 직원과 면담을 통해 논의하며 필요할 경우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한국MSD가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직원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단 노조는 회사 정책에 맞춰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희망퇴직과 이직 신청자를 제외한 직원들이 잔류를 희망할 경우 노사 대립 가능성도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특정 품목 특허가 만료된다고 해외 본사가 권리를 매각하고 담당 직원에 퇴직금을 더 주며 구조조정하는 것은 업계 도의가 아니다”라며 “한국MSD는 잔류 희망자에 대한 대책을 명확하게 밝히고 성의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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