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전세제도 손실 예고···“전세 부작용 예방할 판을 다시 만들어야”
임대차3법 개정 가능성도···‘제3자에 예치’ 에스크로 도입 검토
“전세 폐지 현실적으로 어려워···집주인 반발 우려, 점진적 개선 필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전세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최근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가 속출하자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세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정부가 이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 전세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깡통전세와 역전세가 속출하자 전세제도 자체를 손봐 추가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제대로 예방할 판을 본격적으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 왔다”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임대차 시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복기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당장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개정을 통해 점진적인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세와 관련된 각종 부작용이 과도한 가격·계약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임대차법은 세입자가 원하면 전·월세 계약을 연장해 최대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4년간 보증금을 올리지 못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새 임차인과 계약시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전세를 놓으면서 전셋값이 폭등했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인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국 전셋값은 27.3% 뛰었다. 같은 기간 빌라 전셋값도 13% 상승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와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기자회견’을 하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와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기자회견’을 하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세 보증금을 제3기관에 맡기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전세 거래시 금융회사에 전세보증금을 맡겨 안전 결제를 보장하자는 제도이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방지하고 전세보증금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에 흘러가는 부작용도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보증금을 이미 일종의 무이자 대출로 인식하고 있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반전세, 월세 비중이 높아져 결국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전세 폐지론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주거 형태 중 전세 비중은 15.5%를 차지한다. 하루아침에 제도를 없애면 집주인이 일시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며 임대차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급지 아파트를 사서 이주하기 어렵거나 월세에 부담을 느낀느 실수요자에겐 여전히 필요성이 있는 제도다”며 “전세가율이 낮은 아파트 전세 수요는 꾸준한 만큼 전세 제도 전면 개편에 따른 여론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 시정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되돌려받는 것이 최선의 결과인 반면 전세가 사인간의 계약이다보니 정부가 나서서 피해금을 물어주는 방법 등은 쉽지 않다”며 “정부 대책이 재발 방지에 집중되더라도 민간시장의 사기사건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를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국토부에서 제시했던 전세사기 재발방지 방안부터 시행하고 실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문제를 보완·수정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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