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내외부 시야 차단했던 불투명 시트지, 금연 광고로 대체
정부 취지와 다르게 청소년 흡연율 소폭 올라···실질적 대책 마련 필수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편의점 역할이 소매점포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역할까지 나서고 있다. 늦은밤 동네 가로수 역할을 하기도 하는 편의점은 어느덧 동네 종합 서비스 센터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작 편의점주, 아르바이트생은 되려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쇼핑 흐름이 온라인으로 치중되면서 편의점은 최대한 많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TM부터 택배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와 접근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021년 7월부터 전국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들 바깥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여지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담배광고를 외부에 노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담배를 취급하는 모든 편의점들의 창문에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됐다. 업계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전국 5만여 곳 편의점에 붙은 불투명 시트지에만 최소 25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들이 불투명 시트지로 가려진지 2년여 됐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금연을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비흡연자가 담배광고를 보고 흡연욕이 생길 가능성이 적고, 내부에는 담배광고가 허용되지만 밖에서는 안되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투명 시트지는 편의점 근무자에게 공포감만 조성했다. 일부 편의점 근무자는 “특히 밤에 무섭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일부는 “근무자가 쓰러지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밖에서 즉시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불투명 시트지가 오히려 범죄에도 취약했다. 불투명 시트지가 편의점 내부를 가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인천시 계양구 편의점에서는 강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편의점 내 창고 앞에 쓰러져있다 뒤늦게 손님에게 발견됐지만 결국 숨졌다. 불투명 시트지가 없었다면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이런 현장 반응을 고려해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다음 달까지 편의점에 부착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도록 조치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이로써 다음 달부터는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가 금연 광고로 대체된다.

이번 정부의 결단은 결국 예견된 수순이었다. 당초 취지였던 흡연율 낮추기도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교육부·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2020년 4.4%에서 시트지 부착 이후인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5%로 소폭 상승했다. 또 편의점 직원들도 공통적으로 “편의점에서 담배를 가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일단 정부가 편의점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금연 광고가 흡연율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낮고 불투명 시트지와 동일하게 내외부 시야 차단 기능은 동일하게 가져가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 취지에 맞는 대책 마련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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