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 금연 광고로 대체 가닥
편의점 범죄 우려 차원···편의점주 환영과 우려 교차

서울 서초구 한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 서초구 한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편의점 내부 담배 광고를 차단하는 불투명 시트지가 금연 광고로 대체될 전망이다. 불투명 시트지가 범죄를 유발한다는 편의점 점주, 아르바이트생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다. 불투명 시트지가 도입된지 2년 만에 개선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먼저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다음달까지 편의점에 부착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 광고로 대체하도록 조치할 것을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금연 광고는 편의점 내부 상판의 담배광고로 눈길이 가는 것을 차단할 만큼의 크기로 제작하고 성인 눈높이 정도에 부착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2021년 7월부터 국민건강증진법에 의거해 담배광고물이 외부에서 보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들은 창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간 편의점 내외부 간 시야 차단이 종사자들을 범죄에 노출시킬 수 있고 폐쇄감 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편의점 사건·사고는 2018년 1만3548건, 2019년 1만4355건, 2020년 1만4697건, 2021년 1만5489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다만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점주, 알바생들은 크고 작은 사건 발생에도 매장 내 CCTV나 계산기에 있는 긴급 신고버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편의점들은 점포 근무자 안전을 위해 방범 시스템 안내,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근무하다가 쓰러지거나 범죄에 노출돼도 불투명 시트지 때문에 즉각 확인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를 비롯한 근무자의 안전을 위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보건복지부의 불투명 시트지 제거 및 금연 포스터 부착에 관한 안내사항에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 결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불투명 시트지 제거에 환영 뜻을 내비치는 반면, 일각에서는 금연 광고로 대체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강남구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여져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강남구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여져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한국편의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시트지가 정책적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강력범죄 유발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면서 “우려한 대로 불투명 시트지 부착 이후 청소년 흡연율이 되레 증가하고 편의점 범죄도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불투명 시트지 제거 이후 금연광고의 방법, 담배광고 관련 광고비 등 후속 대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들인 편의점주들의 입장이 배제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금연 포스터 부착이 근본적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불투명 시트지로 인한 매출 감소가 있었던 상황에서 시트지가 금연 광고로 대체되어도 매출 상승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바깥에서 점포 내 전시된 물건을 볼 수 있어야 소비자들도 제품 구매를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시트지나 금연 광고는 해당 행위를 저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자가 만난 편의점 점주, 아르바이트생들은 불투명 시트지가 금연 광고로 대체되는 것에 대해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금연 광고를 붙인다고 해서 담배를 덜 사거나 하지 않는다”며 “금연 광고를 붙여도 외부 시선을 차단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주도 “오히려 지저분해질 것 같다”면서도 광고물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편의점주들에 따르면 점포 내 담배 회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있다. 불투명 시트지를 떼어내면 점포 내 담배 광고물을 없애야 한다. 담배 마진율은 세금, 수수료를 제외하고 한 자릿수에 불과해 담배 회사가 제공하는 광고비를 점주 입장에서 포기하기 어렵다. 광고비는 점포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6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면 담배 광고비도 없어질 수 있어, 일부 점주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편의점주는 “담배 회사 광고비도 포기하기 어렵다”면서 “불투명 시트지를 대체할 만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점주들의 의견이 모두 달라 일일이 반영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양측의 의견을 반영한 상생안이 마련되지길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