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급증에 주요 여행사 흑자 전환···골프장·제주 등 국내 관광지는 위기감
정부, 범부처 조직 신설로 내수관광 활성화 모색···업계 “일본 관광객 유치 집중”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을 찾은 시민 및 여행객들이 줄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을 찾은 시민 및 여행객들이 줄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엔데믹으로 여행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은 급증하지만, 그간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국내 여행지는 썰렁해지는 분위기다. 내수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외관광객 유치가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여행업계는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동력삼아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관련 부처를 신설하며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해외 여행을 떠나는 우리 국민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받았던 여행사들도 올들어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올 1분기 주요 여행사 실적을 보면 모두투어는 연결 기준 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지난 2019년 2분기 이후 3년 9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노랑풍선도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3년 3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참좋은여행 또한 영업이익 18억원을 내며 3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코로나 국면이 한창 심했을 때 매출이 거의 제로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회복됐다. 다만, 유럽여행 같은 장거리 여행은 항공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며 “2019년 대비 유럽은 약 70%, 나머지 단거리 지역은 90% 이상 회복돼 전체적으로 80~85%정도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복세가 빨라 지금 고객 받기도 약간 벅찬 상황이라 직원들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계속 충원하고 있다”며 “해외여행 매출이 많이 올라갔지만 국내 관광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엔데믹이 국내 관광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국내 관광은 코로나19가 어떤 면에선 상당한 기회였다. 해외여행을 막으면서 국내 특수를 많이 누렸는데 지금은 해외로 여행객들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관광은 위기”라며 “코로나 특수를 가장 많이 누린 국내 골프장의 경우 해외로 방문객이 빠져나가면서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해외여행 대체지로 몰렸던 제주도도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여행 항공료가 크게 낮아지고 유동성 증가가 두드러졌던 코로나 때와 달리 고금리 등 긴축 국면이 두드러지는 점도 국내여행 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는 여행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올 1분기 여행수지는 3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4억3000만달러에 비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가장 최근 정부 집계인 3월 여행수지는 7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대비 2억9000만달러 적자폭이 늘어났다. 

여행수지 적자는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국내 방문 해외여행객은 이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크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2870만명,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1750만명으로 1100만명 차이가 났다”며 “그러다보니 코로나때 관광객 유출, 유입이 모두 멈췄을 때 내수진작 효과가 더 컸다. 코로나 사태가 풀리면서 해외여행객들이 더욱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국내 관광시장 회복을 위해 지역별, 세대별 맞춤 마케팅을 추진해 우리 관광명소가 해외여행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들고,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전환한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엔 관련 부처 조직도 강화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지역 관광지 연계 등 관광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이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범부처 합동으로 관광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했다.

문체부 관광수출전략추진단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해빙기 맞아 국제 관광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도 2023~2024 한국방문의해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걸 좀 더 전략적,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문체부 외에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이 함께하는 독립적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래 관광객 방한, 방한한 외래 관광객의 지역 방문을 촉진하기 위해 정책 연계 업무를 한다”며 “한국방문의해 추진사업을 중심으로 소생관광, 요즘 화두인 지역 소멸을 관광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들을 지자체, 행안부와 함께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관광 등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숙박 쿠폰, 근로자 휴가 지원 금액 증액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내수 관광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고물가를 지목한다. 

김병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가 경쟁 상대국들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다. 국내 관광 경비가 많이 올라 외국과 가격 경쟁력에서도 많이 밀린다”며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내수 활성화 조치를 좀 더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약 80%가 일본, 중국, 동남아인데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 물가가 이들 국가에 비해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외국인의 국내 여행 비용이 2~3배 정도 올랐다고 분석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업계에선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계기로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일본인 관광객은 2012년까지 국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 독도 문제 등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이후 1위 국가가 중국으로 바뀌었다. 김 처장은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일본 시장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모든 업종이 힘을 모아 노력하고 있다. 수학여행 교류 등도 추진하고, 일본 통역 안내 가이드 확충이나 교육 등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여행수지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는 쉽게 풀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처장은 “중국 정부는 2016년 하반기부터 한국으로 나가는 단체 관광 금지령을 내렸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풀은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단시간 내 풀진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가능성이 있는 일본에 집중하는게 관광 산업적으로 더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구인난이 너무 심각해 지역에 테마콘도 등을 오픈하고도 사람을 못구하고 있다”며 “인력 확충에 있어 외국인 노동자 채용 제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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