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쓰레기’에 집중하는 각국 정부·기업
재활용 방식 중 활용범위·탄소배출 낮은 열분해 분야서 기술 경쟁 치열

SK지오센트릭이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싣고 온 차량 앞에서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
SK지오센트릭이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싣고 온 차량 앞에서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고물이 보물이 되는 세상이다. 쓰레기로 분류되던 폐플라스틱이 ‘돈 되는 쓰레기’라는 새로운 인식이 퍼지면서,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등도 폐플라스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투자 및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이 흐름에 맞춰 SK와 롯데,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기업들도 순환경제 시장에 진출했고, 화학적 재활용(열분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폐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65조원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7.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75조원, 2027년 85조원을 거쳐 2050년에는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는 친환경 시대 도래와 함께 일회용품에 대한 생산·사용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아울러 순환경제가 가능한 자원에 관해서는 재활용 진흥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어, 일회용품의 대표로 꼽히는 폐플라스틱 시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폐플라스틱 배출량의 30%는 소각, 50%는 단순폐기되고 20%만 재활용되고 있어.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전세계적 과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물리적 ▲화학적(열분해) ▲열적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물리적 재활용은 이물질을 단순 세척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가능 제품 범위가 좁은 것이 단점이다. 열적 재활용은 단순히 태우는 소각 작업에 불과해 탄소 배출량이 많아 유럽연합(EU)은 이 과정을 재활용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 및 화학 반응 공정으로 진행돼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낮다. 오염된 폐기물에 대한 민감도도 낮아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폐플라스틱을 400~500도 고온으로 끓여서 추출된 열분해유는 고온·고압 등의 정제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 공정에 쓸 수 있다. 쓰레기에서 원유를 재생산할 수 있어 ‘도시유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글로벌 화학적 재활용 흐름에 맞춰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은 관련 설비 준공 및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재활용 클러스터 부지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6만6000톤(t)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4000평 규모의 열분해 처리 생산라인을 짓는 중이다.

또한 프랑스 수자원 폐기물 관리 기업인 ‘수에즈’와 재활용 핵심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루프’와 함께 유럽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도 세운다. 3사는 6200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프랑스 북부 생 타볼 지역에 연간 7만t 규모의 생산거점을 세울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울산 생산라인에 위치한 플라스틱 생산 공정 전부를 화학적 재활용 페트 제조 설비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들어 이를 제품화한 후, 향후 수거를 통해 같은 공정을 거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나의 플라스틱 제품을 반복·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2조7000억원을 투입해 향후 화학적 재활용으로 재활용스티렌(RSM)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RSM은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폴리스티렌을 열분해해서 추출한 물질로 합성수지 등의 원료가 된다. 2026년 상업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중에서도 열분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과 원유를 뽑아낼 수 있다는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열분해유 추출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도 관련 기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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