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한국형 화물창 기술(KC-2) 적용한 LNG 벙커링 전용선 '블루웨일호' 지난 10일 운항 시작
조선업계, 화물창 기술 국산화로 비용 절감 기대
1세대 기술 품질 논란, 한국형 화물창 탑재실적 적은 점은 해결 과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핵심 설비인 ‘LNG 화물창’의 2세대 기술 ‘KC-2’ 개발을 완료하고, 이 기술을 적용한 LNG운반선 운항을 시작했다. 그간 국내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척당 100억원 이상을 프랑스 GTT사에 라이선스료로 지급해 왔는데, 국산 기술이 상용화되면 향후 매년 1조원 대의 라이선스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전작인 1세대 기술 ‘KC-1’에 대한 품질 문제 등 부정적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점은 새 기술 적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형 화물창이 글로벌 화주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이 기술을 적용한 선박의 장기간 운항을 통한 안정성 검증이 필요해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KC-2’ 적용 선박 운항 시작···조선업계 비용 절감 ‘기대감’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화물창의 최신 기술인 KC-2가 적용된 국내 최초 LNG 벙커링 전용 선박 ‘블루웨일호’가 지난 10일 운항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선급 인증을 받은 이 선박은 7500㎥급 LNG 벙커링 전용선으로 국내에 입항하는 LNG 추진선과 조선사 신조 가스 선박에 LNG 연료를 공급하게 된다.

LNG 화물창은 천연가스를 액체로 보관하는 LNG운반선 핵심 설비다. 영하 163도의 초저온을 견디는 특수 설계가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가스공사는 2018년 상용화했던 KC-1의 문제점을 보완해 글로벌 화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KC-2는 LNG 기화(BOG)로 인한 손실 감소, 원가 절감, 단열시스템 설계 변경 등을 통해 전작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가스공사 측 설명이다.

가스공사는 KC-2 개발을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0개월간 104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 기화율을 대폭 낮추는 등 1세대 기술의 문제점을 보완한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KC-2 등장으로 막대한 비용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화물창 시장은 사실상 프랑스 가스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스(GTT)가 독점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한 척을 수주할 때 뱃값의 5%가량을 화물창 특허를 가진 프랑스 GTT에 내고 있다. 지난해 조선 3사의 LNG운반선 수주 실적(121척)을 놓고 단순 계산해도 라이선스료는 약 1.7조원에 달한다.

한국형 화물창 기술(KC-2)을 적용한 국내 최초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 전용 선박인 '블루 웨일호'(Blue Whale)가 10일 운항을 시작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한국형 화물창 기술(KC-2)을 적용한 국내 최초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 전용 선박인 '블루 웨일호'(Blue Whale)가 10일 운항을 시작했다. /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전작 ‘KC-1’ 소송전 종결·안전성 검증은 숙제

다만 KC-2를 LNG운반선에 적용해 수출하기까지는 숙제도 많다. 우선 전작인 KC-1의 품질 논란을 넘어서야 한다. KC-1을 적용한 SK 세레니티 호, SK 스피카호는 냉기가 선체에 도달하는 ‘콜드스팟’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SK해운, 선박을 건조한 삼성중공업 등 3사는 2019년부터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3사의 소송전이 속히 마무리돼야 KC-2 상용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KC-1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국산 화물창 기술 적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KC-1과 KC-2 모두 화주는 가스공사 한 곳인 상태가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KC-1에 대한 반목이 계속된다면 해외 화주와 선주들이 국산 화물창 기술을 요구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산 화물창의 탑재실적 늘리기도 과제다. KC-2가 화주·선사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이들의 GTT 기술에 대한 선호도를 앞질러야 한다. 안전성을 강조하기에는 탑재실적이 ‘블루웨일호’ 하나뿐이라 고객사에 적극적으로 기술 영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아직은 차세대 화물창 기술이 적용된 선박수가 적지만, 이 선박들의 장기간 운항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해 나갈 단계”라면서 “KC-2가 적용된 LNG운반선 건조를 늘리기 위한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 발주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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