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위해 손보사 필요
금융지주 실적 경쟁에 손보사 '키'로 부상
IFRS17 손보사 실적 급증 전망···몸값↑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교보생명 서울 본사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손해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지주에 이어 생명보험사 '빅3'로 꼽히는 교보생명까지 손보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손보사들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과 맞물려 몸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IFRS17 아래서 손보사들의 실적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지주사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손보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16개 계열사 가운데 금융사는 증권, 자산운용 정도다.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금융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생보사 중심의 금융지주 체제는 여태 존재한 적이 없기에 금융 포트폴리오를 더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교보생명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금융지주도 손보사를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 외엔 이렇다할 손보사가 없는 상황이다. 신한·하나금융지주는 규모가 작은 디지털 손보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두 금융지주의 덩치를 고려하면 중형급 이상의 손보사를 추가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금융은 아예 보험 계열사가 없다. 

특히 신한금융은 손보사 인수에 목마른 분위기다. 라이벌인 KB금융이 손보 계열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익(258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6% 급증했다. 덕분에 KB는 보험 사업에서 신한을 큰 격차로 눌렀다. 신한은 리딩금융 경쟁을 위해선 손보 부문 강화가 더 필요해진 것이다.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으로 여기던 우리금융도 최근 손보사 매물에도 점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보험사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지방금융지주까지 손보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작은 인터넷 전문 손해보험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마저도 어렵다면 해외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BNK금융은 과거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탓에 신사업에 진출하는데 제약이 크지만, 우선 규모가 작은 디지털 손보사 인수 등으로 보험업에 진출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손보사들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현재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손보사는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정도다. 두 손보사 모두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가 대주주로 있다. 디지털 손보사로 눈을 돌리면 카카오페이손보, 캐롯손해보험도 매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손보 계열사가 아예 없는 곳은 디지털 손보사를 인수해 라이센스를 확보한 다음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도 가능한 전략이다. 

손보사들은 특히 IFRS17으로 인해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몸값을 높이는 대목이다. IFRS17 아래선 한 해 신계약을 대거 확보하면 사업비도 덩달아 급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IFRS17은 사업비를 계약 기간 동안 일정 비율씩 고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장기 보장성 보험을 대거 늘려온 손보사들은 이런 변화의 효과로 보험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 매물로 꼽히는 롯데손보와 MG손보도 새 제도 아래서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최근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79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00% 넘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새 제도가 적용되면서 보험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MG손보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84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몇년 간 보험영업 부문에선 계속 흑자가 난다는 의미다. 

반면 당분간 손보사 인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아직 IFRS17이 정착되지 않아 회계제도 전환에 대한 위험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CSM 산출 기준에 대한 논란이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 CSM은 장래에 거둘 이익을 예측하는 지표이기에 이를 산출하기 위해선 손해율,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각자 유리한 방식으로 계리적 가정 값을 정해 CSM을 도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리적 가정이 현실과 달라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사업을 강화해야하는 금융지주 입장에서 손보사 인수는 반드시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 매물이 많지 않은 점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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