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9 도입으로 펀드 평가손익 당기순익에 반영
금리 변동으로 실적 '출렁'···손보사 중 가장 변화 클듯
올해 1분기엔 금리 내렸지만···상승하면 손실 '우려'

서울 강남 DB손해보험 본사 / 사진=DB손해보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B손해보험이 시중금리 하락으로 올 1분기 투자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IFRS9) 아래서 주식, 채권, 수익증권(펀드) 등 보유한 금융자산 가운데 회계적으로 분류를 새롭게 해야 하는 규모가 업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리, 주가 등 경제지표의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보가 보유한 금융자산 가운데 새 제도 도입으로 회계적인 분류가 바뀌는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약 9조7559억원이다. 기존 제도서 매도가능증권, 만기보유증권으로 구분됐던 주식, 채권, 펀드 중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항목으로 바뀌는 몫이 9조7559억원인 것이다. 그 결과 DB손보의 전체 금융자산(파생상품 제외) 중 FVPL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2.43%에서 27.57%로 크게 늘어났다. 

DB손보가 투자한 금융자산 중 3분의 1 규모에서 발생하는 평가이익과 손실이 모두 당기순이익(투자이익)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올해부터 보험사엔 IFRS17 뿐만 아니라 IFRS9도 도입된다. IFRS17은 보험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부채에 적용되는 기준이며, IFRS9은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원칙이다. 주식, 채권, 펀드 등은 더 엄격한 원칙 아래 ‘FVPL’,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 ‘상각후원가측정자산’로 새로 분류된다. 이 중 FVPL에 속한 금융자산의 평가이익은 모두 당기순익에 포함된다. 

손해보험 업계에서 IFRS9 도입으로 인한 변화의 폭은 DB손보가 가장 크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금융자산 중 FVPL로 새롭게 분류되는 규모는 9조4631억원으로 DB손보보다 작다. 전체 금융자산에서 FVPL이 차지하는 비중도 14.8%로 DB손보의 절반 수준이다. 나머지 손보사 ‘빅4’인 현대해상은 약 7조3200억원 정도가 매도가능증권에서 FVPL로 분류되며, KB손해보험은 이미 IFRS9 기준대로 금융자산을 분류하고 있다.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DB손보가 IFRS9 도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는 펀드 자산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DB손보의 펀드 자산 규모는 8조1303억원에 달한다. IFRS9 아래서 펀드는 모두 FVPL로 분류된다. 이는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이다.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통하는 펀드의 평가손익이 모두 투자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존 원칙에 보험사는 펀드의 가치변동에 따라 투자이익이 출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펀드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다. 새 제도에선 이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일단 DB손보는 1분기 금융자산의 대규모 평가이익으로 인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시중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국고채 5년물의 금리는 지난해 11월 한 때 4.6480%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해 올해 3.2%선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도 다소 회복했다. 지난해 말 2280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올해 3월 말 2476.86까지 올랐다. 

DB손보는 특히 채권형 펀드가 많은 것으로 파악돼 금리 하락으로 인한 이득을 많이 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와 채권 가치는 반비례 관계를 가진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KB손보도 시중금리의 하락으로 대규모 유가증권 평가이익을 봤다. 모기업인 KB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보험부문에서 거둔 FVPL 유가증권 평가이익은 2600억원인데, 대부분 KB손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향후 금리가 다시 올라가면 손실이 불어날 수 있는 점은 걱정거리다.  당장 새 제도로 산출한 지난해 순익이 기대보다 적을 확률이 높다. 보험사들은 올해 공개하는 재무제표엔 작년 실적도 새 기준을 적용해 다시 산출한 값을 공개한다. 

보험사들은 지난 2월 IFRS17만 적용한 작년 실적(IFRS17 재무영향평가)을 공개했는데, DB손보는 보험사 전체 당기순익 1위로 올라섰다. 보험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시중금리가 치솟았기에 IFRS9도 적용했다면 당기순익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1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DB손보 관계자는 “올해 IFRS9 도입으로 손익 변동이 다소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투자수익률이 개선돼서 외부평가를 받아 선제적으로 펀드의 손실을 인식해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정 수준의 포트폴리오 유지하에 자산관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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