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는 의무로 전세금반환 보증보험 가입해야, 보증금 현재보다 낮춰야 하는 상황
DSR 규제로 전세금 반환대출도 제한···세입자에 보증금 내주기 어려운 집주인 늘어날 전망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요건 변화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가 깡통전세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로 내놓은 전세금반환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입요건에 변화를 준 것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임대인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고 그 피해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 따르면 하루 전인 지난 1일부터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의 가입기준이 변경돼 적용된다. 기존에는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또는 융자가 있다면 선순위 채권최고액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KB부동산시세의 100%, KB시세가 없는 다세대주택(빌라)의 경우에는 공시가격×150%×100% 이내일 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하루 전부터 아파트는 보증금이 KB부동산 시세의 90% 미만이어야 하고, 빌라는 보증금이 공시가격×140%×90% 미만일 때까지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6%다. 때문에 보험 가입요건이 KB시세의 90%로 줄어도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세대주택이다. 빌라는 매매가격 방어가 어려워 지금과 같은 주택시장 침체기에 집값이 떨어지며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곳도 많다. 바뀐 전세금반환 보증보험 요건을 적용해 가입하려면 보증금이 과거 공시가격×150%에서 현행 공시가격×140%×90%, 즉 공시가격×126% 미만이 돼야 한다. 임대인연합회 측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현재 전세가보다 최대 20% 가까이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에 따라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도 낮은 수준이어서 이 금액은 더 낮아지게 된다.

전세 사기 횡행으로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기피가 심해진 상황에서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이 안 되면 세입자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하다. 더욱이 임대사업자의 경우에는 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이기도 하다. 빌라를 많이 보유한 임대사업자는 상황이 어려워질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에 빌라를 보유한 한 임대사업자는 “멀쩡히 잘 지내던 임차인도 갑자기 나가겠다고 해 급히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인데, 새 임차인을 구해 그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현 임차인에게 돌려준다고 하더라도 새 기준에 맞춰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임대차 보증금 수천만 원을 낮춰야 한다. 결국 기존 보증금과 새 보증금의 갭에 해당하는 수천만원을 자력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착잡해 했다. 주택 한 채만 가진 임대사업자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일 보증금이 3억원인 빌라 열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라면 새 임차인 전세금반환 한 채당 6000만원씩, 지금보다 총 6억원을 더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전세금 반환 대출이라도 나오면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돌려줄 텐데 지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한도도 제한돼 있다.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내주는 것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HUG의 전세금반환 보증보험 기준 개정이 임차인을 보호하는 취지라지만, 빌라를 많이 갖고 있는 임대인이나 임대사업자의 파산 위험을 높인 환경에서 임차인마저 위험에 더 노출시키며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동시에 HUG의 대위변제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임대인들은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임대인연합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전세금 반환에 대해서 DSR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에게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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