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매입 3만여명, 2021년 12월 이후 최대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도 증가 추세
“금리 인하·집값 하락·규제 완화로 매수세 살아나”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2030세대의 부동산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대된 데다 금리 인하, 대출 규제 완화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 가격 급등 시기와 지난해 거래 절벽 상황에 주택을 구매하지 못한 청년층이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출을 최대한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영끌족’이 재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집합건물(오피스텔·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2만991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대와 30대 매수자는 1만6304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2월 2만574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0·30대 생애 첫 매수자 비중은 54.5%에 달했다. 올해 1월 51.9%였던 점을 감안하면 2.6% 포인트 늘었다. 다만 전년 동기(55.0%)과 비교하면 0.5% 포인트 줄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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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30대 이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기준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79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입 건수(2286건)의 34.73%를 차지했다. 10건 중 3건 이상은 30대 이하 청년층 거래였던 셈이다. 30대 이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10월 26%에서 11월 29.82%, 12월 29.77%, 올해 1월 30.83%으로 오름세가 커졌다.

30대 이하 청년들의 부동산 매수세가 짙어진 건 올해 들어 금리가 인하된 데다 집값이 바닥이란 인식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 28일 기준 4.4%로 한 달 사이 0.16% 포인트 내렸다.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낙폭이 주춤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하락했다. 낙폭은 전주(-0.08%)보다 줄어들면서 3주 연속 축소됐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완화도 매수 심리가 살아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규제지역과 상관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80%까지 늘렸다. 여기에 올해 1월 소득과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서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생애 최초·신혼 디딤돌 구입자금대출 한도 역시 각각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2억7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됐다.

일각에선 주택 대출을 최대한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영끌족’이 재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0~2021년 집값 폭등기 때 이미 학습효과가 있는 만큼 수입이 충분한 젊은층의 경우 발 빠르게 주택 매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집값 급등기에 집을 구매하지 못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집값 하락폭이 주춤한 데다 지난해에 비해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뛰어드는 청년층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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