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론에 소자본 투자 늘어난 영향···집값 하락 이어지면 깡통전세 역풍 우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된 소자본 아파트 갭투자 주요 사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빌라와 오피스텔에 집중된 듯 하지만 아파트 전세입자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며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소자본 또는 무자본 갭투자가 일부 지역에서 확산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경우 아파트 역시 전세만기 시점에 임차인이 자칫 깡통전세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낮은 지역 내 임대차계약은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에 위치한 병점역 에듀포레 전용 75㎡는 지난달 초 3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후 이튿날에는 2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이 맞춰졌다. 사실상 집주인은 실투자금 3000만원으로 주택을 구입한 셈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의 자료분석을 보면 경기도 화성시(100건·4.1%)는 최근 3개월 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 갭투자가 이뤄진 지역이기도 하다.

화성시에 뒤이어 66건의 갭투자 사례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에서는 전세가가 매맷가를 넘어서는 사례도 생겼다.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 서정스마트빌듀오3차 전용 25㎡는 지난 1월 8800만원에 매매된 뒤 이달 3일 매매가보다 높은 9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집주인은 700만원 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평택 내 지산동 건영아파트 전용 53㎡도 지난해 12월 1억2000만원에 매수한 후, 집주인이 올해 2월 같은 가격에 전세를 들여놓으면서 결과적으로 집주인은 무자본 투자에 성공했다. 이밖에 경기 파주, 세종, 경남 창원 등지에서도 무자본 또는 소자본 갭투자가 횡행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전세가율이 90%가 넘어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돼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으면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하는 영향이다. 자칫 지금보다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며 다음 세입자를 찾아 돈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져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보증 사고는 집값과 전셋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이후 만기가 도래할 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 호황이 2020년~2021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세사기 피해에 노출될 임차인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집값 반등이 이뤄지면 집을 매각해 전세금을 돌려주는 게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회복 시기나 거래시장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요원한 상태다. 정부의 1·3부동산 대책으로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소폭 살아나면서 급매물 거래가 활발해졌지만 현장에선 이 같은 상승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3월 중순 넘어서면서 늘어나던 거래량도 주춤하는 상태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진 지역에 갭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보증금 미반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파트라고 전세사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임차인들은 전세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핀 후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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