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가진 브랜드파워 지우긴 쉽지 않아
향후 KG 이름 달고 나올 전기차 경쟁력 관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새 주인을 맞이한 쌍용자동차가 35년 만에 이름을 바꿨다. 쌍용차의 새 사명은 ‘KG모빌리티’로 KG그룹 자체가 일반 대중들에겐 익숙하지 않다보니 다소 낯선 이름이 됐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선 사명 변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기아로 이름을 바꿨으며, 르노삼성자동차도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을 바꿨다. 한국GM도 정식 사명 변경은 아니지만 GM 한국사업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현대자동차를 빼면 이름이 다 바뀐 셈이다.

기업들이 사명을 바꾼 것은 각자 이유가 다르다. 기아는 자동차 기업이 아닌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르노코리아는 삼성지분을 정리하면서, GM은 아메리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했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 사명을 바꾸면서도 이전 이름을 어느 정도 유지한 반면,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이름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수십년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사랑을 받아온 쌍용차 이름을 버리고, 사람들에게 생소한 KG 이름을 쓰는 것이 효용성이 있냐는 의문에서다. 한국에서 쌍용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반대로 KG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동차 브랜드명이 갖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브랜드 충성고객이 다른 제품들보다 많은 편이며, 차량보다 브랜드가 우선시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GM을 ‘대우차’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KG그룹 입장에서도 고민은 많았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사명변경에 대해 “쌍용차에 대한 팬덤층이 있지만, 반대로 쌍용차에 남아있는 아픈 이미지도 있다”며 “이름을 바꾸더라도 쌍용차의 역사는 바뀌지 않고 같은 조건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쌍용차가 여러 기업들에게 매각 과정을 겪으면서 안 좋은 기억도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결국 남은 것은 KG모빌리티의 미래 행보다. KG모빌리티는 앞으로 나오는 차에 KG 이름을 달기로 했다. 쌍용차 마니아들이 아닌 KG모빌리티의 새 고객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타이밍은 적절하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전환을 맞아 아이오닉, EV 시리즈 등 새로운 네이밍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기존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쏘렌토 등 인기 모델 이름을 가져가는 대신에 새 차명으로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KG모빌리티도 올해 토레스 EVX를 시작으로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쌍용차 인기 모델인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에서 벗어나 KG모빌리티 전기차로 내놓을 예정이다.

KG모빌리티 신형 전기차들이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사람들에겐 쌍용차가 아닌 KG모빌리티 이름이 당당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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