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공장·창고 거래 323건, 전년 동기 절반 수준
임차 수요 감소로 투자 매력 떨어져···고금리에 자금 조달도 부담
“준공 지연 물량 올해 줄줄이 완공···공급 과잉에 침체 국면 본격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던 물류센터 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위축되면서 물류센터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급 과잉까지 덮쳐 침체 국면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경기도 공장·창고 거래 건수는 32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649건) 대비 절반 수준이다. 공장·창고 거래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00건대를 유지했지만 하반기 들어 거래가 줄며 200~300건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급등한 조달 금리와 유동성 이슈로 물류센터 투자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여파로 매입·매각 계약이 무산된 사례도 발생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는 인천 서구 소재 대형 복합 물류센터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같은 기간 쿠팡이 상온동을 임차하고 있는 여주 물류센터도 저온동 준공 조건부 매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매수자가 계약을 해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시장 경색이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지난 4분기에 이어 자본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자금 확보 및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 자료=국토교통부

매물이 쌓이면서 물류센터 매매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인천 남청라 소재 한 물류센터는 최근 115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2년 전 매도 호가가 145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억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물류센터에 임차인이 있음에도 주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 시장의 약세는 공급 과잉과 이커머스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 물류센터 시장은 이커머스 시장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코로나19로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 빠른 배송을 내세운 플랫폼 기업이 늘어나면서 물류센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덕분이다. 임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물류센터 신규 공급 면적은 103만평으로 전년 대비 약 29.9%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대 공급량을 갱신한 수치다. 서부권(경기 광주·용인·이천·여주 등) 약 39만4000평으로 가장 많은 신규 공급량을 기록했고, 동남권(인천·경기 안산·시흥) 등이 38만 6000평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커머스 시장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엔데믹 전환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규모 투자 대신 성장과 수익성을 함께 모색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실제 SSG닷컴과 롯데쇼핑은 새벽배송·당일배송 서비스 지역을 축소했고, GS리테일·BGF·프레시지 등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접었다. 신선식품 배송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쿠팡과 마켓컬리도 비용 절감, 신선도 향상을 위해 보관 없이 직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기존 공급 예정 물건과 더불어 지난해 준공 지연된 물건이 더해지며 신규 공급 강세가 계속해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물류센터는 올해 10~30%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최수혜 CBRE 코리아 리서치 부문 이사는 “그동안 물류센터 수요를 이끌었던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임대 수요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매물의 입지와 스펙에 따라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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