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유산세 방식 개편 필요성 제기···소극적이던 야당도 토론회 열며 ‘관심’ 
“유산취득세 도입시 연대납세 의무 폐지해야”···“상속 공제 제도도 손질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그간 유산취득세로의 과세 방식 전환에 소극적이었던 야당 내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책통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유산취득세 전환이 바람직하단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향후 법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상속세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2월 신설한 조세개혁추진단을 통해 상속세 공제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상속세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은 다음달 마무리된다. 

그간 상속세 개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상속세제는 1950년 제정된 상속세법을 근간으로 한다. 1996년 법령 명칭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바꿨으나 큰틀은 70년 넘게 바뀌지 않았다.

이에 현행 상증세법 상 적용되는 유산세 방식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실행에 옮겨지진 못했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 등이 피상속인의 상속 재산을 취득한 크기와 상관없이 동일한 한계세율을 적용한다. 이 경우 상속 재산이 클 경우 피상속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세부담을 질 수 있다. 이에 상속자가 상속 받는 액수만큼 세금을 납부하는 유산취득세 도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정부 여당 이어 민주당도 상속세 개편 주목···“시대적 흐름”

유산취득세 방식은 정부와 여당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야당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 측면을 감안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엔 과세 환경 변화를 감안해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적절한 상속세제를 설계해야 한단 인식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병욱·송기헌·유동수 의원주최로 열린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를 위한 토론회’에서 김병욱 의원은 “민주당에서 상속세를 토론 주제로 공개적으로 의견 제시하고 청취한 적이 거의 없다”며 “그러나 현장, 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상속세에서 많은 어려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 민주당 관행으로 봤을 땐 어려운 주제지만 이 문제를 짚고 해결책이 있다면 지혜를 담아 안을 마련하는게 책임 있는 제1야당 행보”라고 말했다.

송기헌 의원은 “세금은 정치적 합의가 있는데, 상속세는 더 그렇다. 1950년대에 만들어져 70년 이상 지나갔는데 50년 대한민국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바꿔야하는 시점이 됐다. 정부도 잘 검토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국회도 의견을 받아 적절한 의견 제시하는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유동수 의원은 “기재위 조세소위에 있다 보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해방 이후 일본법들을 많이 갖고 왔는데 그당시 일본도 1953년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꿨다. 정부, 국회가 게으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최근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전체 세수의 1% 남짓했던 세금(상속세)이 4%가까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올라왔다. 차제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면서 각종 공제액, 가업상속 부분까지 포함해 전체적 상속세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특징을 분석하고 유산취득세 도입시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김신언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는 “갑오개혁 때 연좌제 폐지했으나 조세 분야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과세한다는 것이 개념적으로 맞지 않는다. 20세기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내가 받은 재산에 대해 개인주의적인 성향에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게 됐다”며 “실질적인 가족에 대한 부분들이 많이 변했는데 유산세에서는 따라갈 수가 없다. 20세기 이후 우리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내가 받은 재산에서 과세당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산세는 그렇지 않다고 하기 때문에 뭔가 불공평하단 의식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유산취득세, 조세회피 위험 낮아···도입시 연대납세 의무 폐지해야“ 

유산취득세 관련 쟁점인 조세회피 우려, 세무행정 부담, 연대납세 의무, 상속추정, 상속공제 축소로 인한 세부담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김 이사는 유산 취득세 전환시 조세 회피 가능성이 높아진단 주장에 명의신탁 주식은 최고 50%의 증여세를 부과하고 부동산은 30% 과징금, 조세포탈죄가 성립된단 점을 근거로 “높은 가산세율과 제척기간이 다른 세목에 비해 길고 금융 및 부동산 실명제와 국세청의 과세자료 전산화로 탈루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전 조세심판원장인 이상율 법무법인 가온 고문도 “부동산실명제, 금융실명제, 국세청의 국세통합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 과세자료 의무제출 강화, 금융재산 일괄조회, 가산세 및 부과제척 기간 강화 등으로 위장분할이나 기타 상속세 회피 행위 여지가 크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세무 행정 부담 증가 문제는 정부부과세목에서 신고납부세목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유산취득세 도입시 연대 납세 의무는 폐지해야 한단 분석이다. 김 이사는 “기재부에서 연대납세 의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들이 있는데 연대납세는 유산세에서는 맞지만 유산취득세에선 납세의무가 자신의 상속분이므로 논리상 맞지 않는다”며 “연대납세 의무를 그냥 둘 것 같으면 유산취득세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산취득세로 가더라도 상속 개시 전 처분재산에 대한 상속추정에 대해선 “존치할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상속추정이 없어지면 부모가 숨지기전에 다 현금화할 것이다. 현금이 사라지지 않는한 상속 추정은 유산취득세로 가더라도 어느정도 형태로든 유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이 민법상 재산상속방식과 맞지 않는단 지적도 제기됐다. 이 고문은 “우리나라 상속법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 개시와 함께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포괄승계주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포괄승계주의의 경우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더 적합하다”며 “유산세 방식은 개인의 담세력에 따라 상속세 부담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송기헌, 유동수 의원과 한국세무사회가 주최한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송기헌, 유동수 의원과 한국세무사회가 주최한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유산취득세 개편 시 상속공제도 손질해야”···“입법 논의시 적극 감안”

상속세 개편시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단 진단도 나왔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는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면 부의 분산을 통해 중산층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면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그로인해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고용을 증대시키고 선순환 과정으로 유도할 수 있다”며 “상속세 최고 세율은 소득세에 대한 세율보다는 낮아야 한다”고 했다.

유산취득세 도입시 부수적 손질이 필요한 사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유산취득세 도입시 상속공제에 따른 세부담 감소 효과가 해당 상속인에게 직접 귀속된다는 점을 감안해 배우자 상속공제, 미성년자와 장애인 등 인적공제, 일괄 공제 등 상속공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일괄공제는 인적공제 적용 간소화, 상속세 부담 격차 완화 등을 위해 도입됐는데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재산에 대해 상속인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이를 유지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임 조사관은 또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시 상속세의 보완세 역할을 하는 증여세도 증여재산 공제 등이 함께 개선돼야 할 것”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들은 민주당 내 정책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이날 나온 내용들을 참고해 입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 의원은 토론회가 끝난 뒤 “전체적으로 유산세가 아닌 유산취득세로 가야하는데 다양한 난제가 있다”며 “조세형평, 조세 회피, 세무행정 부담 등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됐는데 이 문제를 잘 받아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서로가 확신하면 반드시 가야한다. 큰 길에 있어 동의하면 작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도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토론 내용을 참고해 입법에 적극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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