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 개정 둘러싸고 지역 이슈 부상
부산·경남 지역 야당 정치인 부산 이전 찬성···지역 간 갈등으로 정쟁화
실제 법 상정 및 통과 주목···노조,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과 부산 이전 장단점 분석 필요
"지역 구도로만 보기에 사안 복잡···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서 논의해야"

지난달 KDB산업은행 노조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산업은행 이전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 노조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산업은행 이전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지역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야당이라고 하더라도 부산·경남 지역 정치인들은 부산 이전을 찬성하면서 지역 간 갈등으로 정쟁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 지역 의원들 중심으로 산은법 4조 개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법이 상정되고 통과될지 주목된다. 반면 KDB산업은행 노조는 부산 이전의 타당성과 책무 이행에 대한 경쟁력 관점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야당 일각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김두관, 김정호, 민홍철, 박재호, 이상헌, 전재수, 최인호 의원 등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지역 국회의원 7명과 서은숙 부산시당 위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균형발전 대원칙에 따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들은 산업은행 이전과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결부하며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뿐만 아니라, 동남권 산업구조 전환을 도모할 획기적인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기업 금융 지원을 확대해 각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역에서 활성화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의원 전원이 산은 이전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최근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이전 반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를 지역구로 둔 김민석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를 주도하면서 이전 반대가 민주당의 당론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부산시당과 부산·울상·경남 지역 의원들이 집단적 찬성 의견을 표시하면서 기존 여야 갈등이 지역 문제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 법안 개정이 필수다. 정부가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산은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은법 제4조 1항에는 '산업은행의 본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로 규정돼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한 개정안(서병수 의원)이 발의된 상태지만 민주당이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막무가내 이전"을 지적하며 원점 재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김민석 정책위 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김두관·전재수 의원 등 민주당 부산·경남 의원들은 법적 절차상 문제에 대해 "공공기관지방이전특별법에 따르면 소관 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이전계획을 국토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돼 있고 국가균형발전위 심의를 거쳐 승인한다"라며 "산업은행법 개정은 그 이후의 절차"라고 반박했다.

한편 산업은행 노조는 이전 문제를 타당성과 경쟁력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산업은행 이전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과 부산 이전의 장단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여의도에 본점이 있는 이유는 다른 금융기관들과 협업해야 하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은 각 기관별 사업이 있지만 산업은행은 그렇지 않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유효벤처기업(벤처기업을 유지하는 기업)은 비수도권 대비 수도권 기업 수 비율이 77%에 육박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04년 제정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됐지만 2005년 산업은행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통해 한국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동북아 경제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으로 분류돼 수도권에 남게 됐다. 부산 이전 시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부산 이전이 국회 논의 등 숙의 과정 없이 강행되고 있다"며 "부산 이전으로 국책은행의 책무를 이행하지 못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이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이전기관 지정안을 금융위에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를 단순 지역 구도로만 보기에는 사안이 복잡하다"며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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