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투자 위축에 3개월만 10.5조원 추가 투자
벤처 성장단계별 구분 지원 방침···업계 “모태펀드 예산 신규출자 증액 미반영 아쉬워”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금난을 겪는 벤처·스타트업 업계를 돕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은행권 및 벤처캐피탈 업계 지원을 위해 금융규제 완화,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허용도 적극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보증과 융자 등 정책금융 2조2000억원, 정책 펀드 3조6000억원, 연구개발(R&D) 4조7000억원 등 총 10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월 벤처 기업에 정책자금 29조7000억원을 신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최근 벤처 업계가 투자 위축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8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38.3%, 43.9% 줄어든데 이어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신생 회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지원은 기업 성장단계별로 구분해 진행한다. 성장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3년 이내 초기 성장 단계 기업에게는 1조2000억 원의 보증을 추가로 공급하고, 민간투자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엔젤투자, 지방 기업을 위한 보증기관 투자 규모를 600억원 늘린다.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R&D에 5년간 25조원을 공급하고, 생산설비가 없는 스타트업을 위해 제조 위탁 매칭, 생산자금 보증지원을 신설한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중기(3~7년) 성장 단계 기업에는 정책금융 3500억원을 확대 공급하고 세컨더리 펀드를 5000억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3배 늘려 후속 투자를 촉진시킨다. 보증기관의 팩토링, 매출채권 보험을 5700억원 추가 공급하며 매출채권 안전망을 강화한다. 

상장과 인수합병이 관건인 후기(7년 이후) 성장 단계 기업을 대상으론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 펀드를 조성한다. 인수합병 종합 플랫폼을 올해 말까지 구축해 정책금융기관이 기업 M&A, 거래 실무와 인수자금을 지원한다. M&A 펀드에 대해서는 40% 이상 신주 투자 의무를 폐지하고, 20%로 제한된 상장사 투자 규제도 완화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간의 벤처 투자 촉진 방안도 내놓았다. 기업은행은 첨단산업 투자 목적 펀드에 3년간 2조원 이상 출자해 투자 마중물을 공급하고, 한국거래소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은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코넥스 상장 추진 기업을 지원한다.  

은행의 벤처 펀드 출자 한도를 자기 자본의 0.5%에서 1%로 올려 금융권의 벤처 투자 확대를 지원한다. CVC가 창업 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3000억원 규모로 가칭 글로벌 진출 지원 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한국벤처투자는 해외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출자하는 펀드를 확대한다.

스타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내놓았다. 벤처기업의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전문 자격증 보유자에서 학위 보유자와 경력자까지 확대한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조속히 도입하고, 벤처 확인 시 바이오, 서비스 등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평가지표를 고도화한다. 

벤처기업법의 2027년 일몰을 폐지해 상시법 체계에서 안정적으로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벤처투자 관리·감독 절차 간소화, 온라인을 활용한 행정 효율화, 통계 고도화도 병행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복수의결권은 지금 당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국회 여야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특히, 반대를 하셨던 분들을 실제적으로 방문을 해서 우려하시는 점들에 대한 해소를 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태펀드 확대에 대해서는 “모태펀드의 예산 축소가 투자 집행에 있어서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다만, 중소 VC들, 그리고 소형 VC들 같은 경우 초기 기업에 많이 투자하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의 마중물은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데는 동감한다”고 했다.

이어 “2022년 말 벤처펀드 투자 여력이 11조3000억에 이른다. 올해는 이 자금들이 조금 원활히 집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고민해서 투자 집행하는 쪽에 집중을 해야 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대체로 정부 대책을 반기는 가운데 모태펀드 확대가 빠진 부분은 아쉽단 반응도 나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필요한 여러 대책들이 포함돼 있어 실효성 있게 진행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스타트업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모태펀드에 예산 신규출자 증액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결권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 대표는 “복수의결권은 해외 주요국가들이 대부분 다 도입한 제도이다. 모든 스타트업이 활용하지는 않겠지만,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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