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세 기피 분위기 뚜렷
안정적인 주거·낮은 보증금 매력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을 놓고 정부와 입주자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입주자들은 분양전화가격 산정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국토교통부는 계약이 끝난 사안인 만큼 내용을 바꿀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가기 위험이 커지고 월셋값이 치솟으면서 보증금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공공임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단 분석이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수도권 공공임대주택이 청년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빌라왕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금이 높은 주택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된 데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기존 주택의 월셋값이 치솟으면서 안정적인 주거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023년 1차 서울 지역 청년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입주자 모집 결과(5일 마감) 432가구 모집에 3만9264명이 지원했다. LH가 청년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청년매입임대주택은 LH가 민간 공동주택을 매입해 청년층(19~39세)에 주변 시세의 40~50% 수준으로 임대하는 공공주택이다. 주로 빌라(연립·다세대주택)와 오피스텔 위주지만 미분양 아파트도 일부 매입해 공급한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월세가격이 치솟자 공공임대로 청년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모집한 광진구 자양동 ‘안틸리아자양’(오피스텔·전용면적 25㎡)은 28실 모집에 5275명이 접수했다.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200만원, 53만원에 책정됐다. 인근에 비슷한 크기의 오피스텔이 보증금 1000만원·월세 69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빌라의 평균 월세가격은 62만8000원이다.

지난해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전세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공공임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요인이다. 공공이 직접 운영·관리하는 매입임대주택은 저렴한 임대조건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어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한 경쟁률도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월 ‘수원역 푸르지오 더 스마트’는 252가구 모집에 6888건이 접수돼 27.3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7월 서울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관악 뉴포레’는 139가구 모집에 1만5023명이 몰려 경쟁률이 108.08대 1에 달했다. 모두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으로 합리적인 임대료와 안정적인 거주 조건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은 대한민국 국적을 갖춘 만 19세 이상의 무주택자 또는 무주택 세대구성원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도 적용받지 않으며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 상승률도 제한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금리와 월셋값이 동시에 오르다 보니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한 임대주택의 매력이 커졌다”며 “청년들 입장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사다리로 잘 활용하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임대주택도 일반분양 아파트 못지않게 내부 구조나 커뮤니티 시설, 조경 등이 잘 갖춰진 만큼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것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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