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인니 항공회담서 추가 운수권 쟁탈전
발리 등 휴양지 많아 여행 잠재수요 커
한국 기업들 현지 진출 늘면서 상용 수요도 확대 전망

국내 LCC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분배될 중장거리 노선 획득을 위해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섰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신규 노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CC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한정적인 지역에 집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코로나19 이후 다시 출혈 경쟁 조짐이 보이자 새 먹거리 창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LCC가 주목하고 있는 노선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노선은 발리 등 휴양지로 유명한 도시들이 많은데다, 운항 중인 항공사가 적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상용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항공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원회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카오 킴 호른 아세안 사무총장, 부디 카르야 수마디 교통부 장관과 만나 인도네시아 항공편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주 23회인 인도네시아 운수권을 확대하면서, 기존 노선 뿐 아니라 새로운 노선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CC들은 인도네시아 노선 취항을 위해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다른 항공사들이 중장거리 노선에 새로 취항할 때 일본, 동남아 등 기존 주력 시장에 집중했으나, 이번 인도네시아 노선에선 전세기를 띄우며 운수권 확보 밑작업에 돌입했다.

제주항공은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지인 마나도와 바탐에 오는 5월 18일부터 왕복 1회 일정으로 전세기를 운항하기로 했다. 또한 앞서 지난 1월에는 인도네시아 진입 발판을 만들기 위해 현지 국영 기업인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와도 협력사업 발굴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제주항공 뿐 아니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부산 등 다른 LCC들도 인도네시아 노선을 기다리고 있으며, 추후 운수권 쟁탈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LCC가 꼽는 알짜 노선 중 하나다. 국내 대표 신혼 여행지 중 하나인 발 리가 있는 데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섬들이 많아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대한항공과 아사이나항공만 취항하고 있어, 운항편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89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노선이다.

LCC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노선은 거리 대비 항공권 가격이 비싼 편인데, LCC들이 취항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게 될 것”이라며 “또한 새로운 노선이 발굴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여행지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韓 기업 진출에 여행 수요 뿐 아니라 상용 수요도

LCC들이 인도네시아 노선을 노리는 것은 단순 여행객만을 노린 것은 아니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한국기업 진출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관련된 상용 수요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몽골 노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의 경우 관광 수요 뿐 아니라 상용 수요가 많아 수익성이 높은 대표 노선 중 하나다. 국내에서 일하는 몽골 국적 근로자들이 많고 교민, 유학생들이 많아 탄탄한 상용 수요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진행된 몽골 노선 운수권 배분 시에도 많은 LCC들이 적극적으로 운수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근 현대자동차가 진출을 알리면서 상용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아세안 지역 전기차 교두보로 삼을 방침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인도네시아 최대 항만이자 동남아시아 해운 중심지인 탄중 프리오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의 모습. / 사진=현대차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의 모습. / 사진=현대차

이 공장은 77만7000㎡ 부지에 연간 25만대까지 생산능력을 갖춘 아세안 최초 완성차 공장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베터리셀 공장은 총 33만㎡ 부지에 연간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1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한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수도 이전 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총 40조원 규모로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오는 2045년까지 단계별로 정부 핵심구역, 수도지역, 수도확장지역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기관, 민간기업과 함께 ‘원팀 코리아’를 꾸려 도시건설,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문화·생활, IT분야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다른 LCC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경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주로 이용하겠지만, 대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협력사들의 경우 LCC를 탈 가능성이 높다”라며 “앞으로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상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 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