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발언부터 고용 불안정 등 내부 불만 나와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엔씨소프트 노동조합 설립을 두고 예상됐단 반응이다. 고용 불안정에 이어 가족경영, 임원진의 성과급 잔치 등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직원들은 노조 설립으로 대응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리니지 지적재산권(IP) 탈피 및 MMORPG 외의 장르 출시 등 도전에 나섰지만,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지금도 크런치 모드에 들어간 부서가 있는가 하면 프로젝트 중단에 따라 대기발령을 받고 재입사 상황에 놓인 직원들도 있다. 직원들의 불만은 커졌는데 경영진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이고 이같은 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긴축 경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매출이 많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기에 ‘착시’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위기 속에도 김택진 대표는 지난해 보수로 129억원을 수령했고 상여금은 100억원을 넘었다. 엔씨소프트는 통상 2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3월에 연봉 협상을 체결한다. 김 태표 연봉 논란은 직원들의 연봉 협상 후 엔씨소프트가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면서 벌어졌다. 

일부 직원들은 지난해 되레 보상 규모를 줄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대표 이사 보수는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송가람 노조 지회장은 “직원들에겐 위기라고 하면서 경영진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단순히 임금 격차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우리가 한 배를 탄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에게 따르는 책임이 더 크기 때문에 일반직원보다 더 큰 보상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대표 포함 경영진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직원들에게만 긴축을 강요했단 것이다.

대표가 참석한 직원과의 간담회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간담회에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재택하고 싶으면 퇴사하라”는 발언을 존중한단 식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송 지회장을 이를 놓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사석도 아니고 4000명 이상 직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를 듣고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아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연구개발(R&D) 방향을 ‘오픈형R&D’로 전환했다. 개발 단계에 있는 IP도 이용자들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소통 행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내부 소통 창구는 기존과 크게 변한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지휘관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직원들이다. 올해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앞둔 만큼 내부에서부터 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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