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출 80%까지 가능해 인기끌었지만 공급과잉에 ‘마피’·경매물건 증가 등 침체 이어져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는 벗어나고 있지만 아파트만 온기가 돌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인 지식산업센터나 분양형 호텔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시사저널e DB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는 벗어나고 있지만 아파트만 온기가 돌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인 지식산업센터나 분양형 호텔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와 분양호텔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을 땐 얼어붙은 대로 투자수요가 감소했는데, 이제는 정부의 일관된 규제완화로 아파트 청약이나 대출 문턱이 낮아지다 보니 투자자가 굳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수익형 상품에 눈길을 두지 않는 것이다.

12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 건수는 628건으로 집계됐다. 이 전년 같은 기간(1133건) 대비 절반에 가까운 44.6%나 급감한 수준이다. 또 누적 매매 금액은 5740억원으로 직전 해 누적 매매금액인 8583억원 보다 33.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식산업센터는 2020년을 전후로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 정부가 중과세를 부과하며 주택부문에서 다주택자를 옥죄는 동안 지식산업센터는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고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영향이다. 특히 대출이 꽉 막혔던 과거 주택시장과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빚으로 쌓은 시장인 만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지식산업센터 분양권의 가치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제 서울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분양권 조차 마피가 수두룩하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강서구 등촌동 지식산업센터 가양역 더리브 아너비즈타워 전용 48.7㎡는 최근 2500만원 마피 매물이 등록됐다. 양천구 목동 목동삼보LT 전용 81㎡도 2000만원 마피 매물이 올라오긴 마찬가지다. 내년 준공 예정인 금천구 가산동 지식산업센터인 가산아스크타워도 분양가보다 낮은 값에 거래를 기다리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자 부담에 공급물량까지 급증한 탓에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1480곳이다. 지난해 3월(1333곳)보다는 11% 증가했고, 직전 해 3월(1224곳)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수익형 부동산 상품들의 처지는 비슷하다. 또 다른 애물단지로는 분양형 호텔이 거론된다. 분양형 호텔은 호텔 객실을 오피스텔처럼 구분등기해 객실별로 1억~2억원대에 분양한 호텔인데, 소유주는 위탁법인에 호텔 경영을 맡기고 위탁법인은 호텔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을 소유자에게 배당하는 형태다. 유커 등이 많던 과거에는 공급물량도, 분양도 잘 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전국에서 경매 매각기일이 정해진 분양형 호텔 및 콘도는 150개에 달한다. 찾는 이가 없다보니 유찰도 번번히 이뤄진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출이 잘 나온다는 점에 혹해 노후 대비용으로 분양형 호텔에 여러 채 투자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문제는 운영하는 업체의 운영 수익과 대출 이자를 제외하면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이 매우 적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아파트 규제가 풀리며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 데다,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지금은 투자시장에서 위험도가 높다고 인식되는 탓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기 상황이 안 좋으니 수요는 줄었는데 입주 물량은 쏟아지고 있어 시장이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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