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고가 수입법인차 판매 전년대비 8% 늘어···같은 기간 전체 수입 법인차는 9% 감소
정부, 하반기 법인차 대상 연두색 번호판 적용 예정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도···김필수 교수 “오히려 특권층 상징이 될 수 있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초 고가 법인차 판매가 증가했다. 새 번호판이 적용되기 전에 구매를 서두르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억5000만원 이상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는 1월 1200대, 2월 1772대, 3월 1871대 등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1분기 기준 판매량은 4803대로 작년(4439대)과 비교해 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 법인차 판매는 2만2639대로 지난해 2만4962대에 비해 9.3% 감소했다. 즉 법인차 판매 자체는 줄었지만, 고가 법인차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올해 고가 법인차 판매 증가는 랜드로버 브랜드 영향이 크다. 1분기 랜드로버의 1억5000만원 이상 차량 판매는 865대였는데, 이 중 법인차가 638대로 73%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정책이 고가 법인차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차를 우선 구매한 후 추후 상황을 지켜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31일 국토교통부는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법인차의 사적 남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용 번호판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인차에 대해 밝은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적용해 쉽게 식별이 가능해지면 사적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용 번호판 적용 대상은 법인이 구매하거나 리스한 승용차 대상이다. 렌터카의 경우 현재 하, 허, 호 등 번호판 문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전용 번호판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최종안을 마련하고 오는 상반기 중 행정예고를 거쳐 하반기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전용 번호판 도입에 나서는 것은 법인차 제도를 통한 탈세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규 등록 취득가액 1억원~4억원 차량 중 71.3%, 4억원을 넘는 차량 중 88.4%가 법인 소유 차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같은 기간 신규 등록 차량은 연 평균 1.3%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법인명의 차량은 연평균 2.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새 번호판 적용으로 인해 법인차의 사적 남용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하는 데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특권층이 연두색 번호판을 정착한다는 잘못된 시각을 줄 수도 있다”며 “선진국과 같이 엄격한 기준을 두고 진입 자체를 규제하면서 관리적인 의무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가 수입차 브랜드들은 번호판 적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크리스티안 슐릭 벤틀리코리아 총괄이사는 법인차 전용 번호판에 대해 “한국 정부의 법적 요건에 대해 주시하고 따를 것이다. 아직은 명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사장도 “한국 정부의 의도는 명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우린 전적으로 서포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에서 렌터카가 제외된다고 알려지면서, 법인들이 장기렌터카로 고가 차량을 사용하게 될 경우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벤츠 S클래스를 법인차로 구매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아직 정부 지침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우선 리스차로 타다가, 하반기 정책을 보고 장기렌트로 갈아탈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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