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예정 물량 급증에 세입자 찾기 쉽지 않은 집주인, 입주·분양권 던지기도
거래 급증에도 전고점 대비 2억원 이상 낮아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인천 미추홀구 2023~2025년도 입주 및 입주예정 물량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도 아닌 인천 구도심의 입주를 앞둔 한 아파트에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이같은 거래 증가는 입주시기에 잔금을 치르기 버거운 집주인들이 낮은 가격에 매물을 던지는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 주안1구역을 재개발한 주안힐스테이트푸르지오가 6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권 손바뀜이 늘고 있다. 올 들어서부터 현재까지 총 거래량은 189건으로, 지금이 4월 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평균 60건 이상 매매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거래건수가 많아 하루하루 집계가 다르다 보니 아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등재되지 않은 것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현재 기준 인천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다.

이 단지는 2019년 분양했다. 이후 주택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21년 10월에는 전용 84㎡의 입주권 가격이 6억9700만원까지 높아진 수준에 거래됐으나 지난달에는 거래가 급증했음에도 이보다 2억원 이상 빠진 4억730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거래증가에도 불구, 거래가격은 좀처럼 회복이 안되는 것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을 치르기 버거운 집주인들이 매물을 던지는 일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잔금시기에 전세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들이 많지만 인천은 앞으로 예고된 입주예정 물량이 상당하다 보니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해당 자치구인 미추홀구에서는 올해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8500여 세대로 추산된다. 내년에는 4835세대, 2025년에는 4005세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향후 3년 동안 총 1만7348세대의 입주가 예정돼 있는데, 한 해 평균 5800세대에 달한다. 미추홀구의 적정수요는 2023세대로 두 배 이상 과잉공급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전셋값은 전용 84㎡ 기준 2억5000만원 수준이고 전혀 받쳐주지를 않는 것이다.

때문에 매매거래가 활발해졌지만 가격상승에는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나마 가격이 내린 상황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함께 대출금리 인하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매수가 늘어난 것이다.

한편 인천 중구·동구·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계양구·서구 등 인천 8개구 모두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조정지역 해제로 전매제한 기한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그러다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전매제한 기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이마저도 하루 뒤인 7일부터 6개월로 축소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지만 없던 수요가 갑자기 샘솟는 게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물량이 풀리는 영향으로 거래가 늘어도 거래가격은 되레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입주예정 물량이 많은 지역은 특히 조정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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