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드 구미현씨, 주총 전 안건 철회하며 구지은 부회장 승기 잡아
구본성 전 부회장, 매각 입장 고수···매각 관련해서 남매간 갈등 여전히 남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아워홈 오너일가인 고 구자학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이번에는 ‘배당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 이어 일명 아워홈의 ‘남매의 난’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아워홈 주주총회의 핵심 안건이었던 남매간의 배당금 갈등은 캐스팅보드 역할을 해온 구미현씨가 자신의 안건을 철회하면서 사실상 구지은 부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4일 오전 아워홈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사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배당금 안건 관련 표 대결을 펼쳤다. 주총에 상정된 배당금 안건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2966억원) ▲구미현씨의 주주제안(456억원) ▲아워홈(30억원) 등 총 3가지다.

아워홈 지분구조 및 아워홈 실적 추이. / 자료=아워홈,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워홈 지분구조 및 아워홈 실적 추이. / 자료=아워홈,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워홈은 2015년부터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다. 2004년부터 아워홈에서 일해왔던 구지은 부회장이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을 섭렵해 회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5년 장자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자 두 언니와 합의해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고, 6년 만에 다시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러다 최근 경영권 분쟁은 배당금 갈등으로 번졌다. 배당금을 둘러싼 아워홈 남매간의 갈등은 구 전 부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구 전 부회장이 지난달 20일 이사회에서 2966억원의 배당금을 제안하면서다. 3000억원가량의 배당금을 구 전 부회장에게 지급되면 아워홈 지분 매각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 구 전 부회장의 입장이었다.

이후 구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5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이 누적돼있는 상황에서 지분 매각의 효율성을 기하고자 배당 제안을 한 것”이라고 했다. 구 전 부회장에 이어 장녀 구미현씨도 지난달 24일 456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했다.

다만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의 2966억원 배당 요청에 대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1000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요구한 바 있으며, 올해도 순이익의 10배가 넘는 2966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하는 무리한 처사를 반복하고 있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아워홈의 지분 대부분은 고 구자학 명예회장의 자녀가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의 최대주주는 구 전 부회장으로 38.56%의 지분을 갖고 있고, 지금 아워홈을 이끄는 구지은 부회장(20.67%), 차녀 구명진씨(19.6%), 구미현씨(19.28%) 등이 나눠갖고 있다. 남은 2%가량의 지분도 오너 일가 자녀 등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배당금 안건의 관건은 구미현씨였다. 그간 구씨는 2017년 경영권 분쟁에서 구 전 부회장을 지지했고, 2021년에는 구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또 남매들의 지분구조를 보면, 각자 찬성표를 던지기에는 지분율이 낮아 남매간의 합종연횡이 필연적이다. 이로써 그간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였던 구씨가 어느편에 서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날 주총에서 구씨는 결국 주총 직전 자신의 안건을 철회했다. 이에 주총에서는 구 전 부회장과 회사측 안건 표 대결이 이뤄졌고, 투표 결과 회사안이 가결됐다. 구씨가 자신의 안건을 철회하면서 구 부회장의 배당금 30억원 안건은 지분율 59.57%로 통과됐다. 그간 아워홈의 주총은 대표이사가 교체됐을 때도 30분 이내로 종결됐지만, 이날 주총은 1시간정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주간의 팽팽한 대립을 연상하게 했다.

아워홈 본사에 놓인 로고. / 사진=한다원 기자
아워홈 본사에 놓인 로고. / 사진=한다원 기자

일각에서는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변심을 놓고 고배당에 대한 여론 비판에 몸을 사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워홈과 아워홈 노동조합은 구 전 부회장과 구씨 등 오너일가의 배당안을 놓고 거세게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 전 부회장의 배당안은 아워홈의 한 해 순이익의 11배를 넘는 수준이고, 구씨가 제시한 465억원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8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날 아워홈 본사에서도 아워홈 노조는 오너일가의 배당금을 놓고 집회를 열었다.

일단 아워홈 남매간의 갈등은 구지은 부회장의 승리로 기울었지만, 남매간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남매간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이 비슷하고, 장녀와 차녀가 캐스팅보드가 되면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 매각 의사를 고수하고 있고, 주총 결과와 무관하게 아워홈 보유 지분 매각을 놓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아워홈은 지난해 순이익의 11% 수준인 30억원이 배당으로 책정된 만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현금을 사용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주총으로 구지은 경영체제가 굳건해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아워홈은 올해 해외시장 공략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아워홈은 미국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 중국 단체급식사업, 베트남 급식사업장 운영 등 기존 사업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또 아워홈은 법인을 설립한 폴란드를 비롯해 해외에 단체급식 신규사업을 전개하고, B2C 제품 수출 등을 통해 해외사업 실적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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