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회수 위해 IPO 추진···증시 변동성 확대로 상장 시기 저울질
당초 다음달 상장예비심사 신청 예정, 아직 구체적 상장 일정 확정 못해
기업가치 최소 2조5000억원 기대···시장 악화와 성장성 우려에 인정 받기 어려워
목적 확고한 만큼 무리하게 상장 추진 이유 없어···상장 일정 연기해 시장 호전 기다리자는 전략도

SGI서울보증 개요 및 민영화 추진 계획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SGI서울보증(서울보증보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상장 시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공적 자금 회수라는 목적이 확고한 만큼 증시 변동성 확대로 몸값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다음달 상장 심사 청구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당초 이르면 다음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거래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개최된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과거 부실 금융기관 구조 조정을 위해 투입한 정부 자금의 지원·회수 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심의하는 조직이다.

SGI서울보증은 1998년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지난 1999년부터 2년여 간 예금보험공사 등으로부터 총 10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그 동안 SGI서울보증에 투입된 공적자금 중 4조3483억원은 상환우선주와 배당 등을 통해 회수됐지만 아직 미회수액이 6조원 가까이 남아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지분 93.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보험사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제205차 회의에서 '서울보증보험 지분매각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93.85%의 서울보증보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예금보험공사 보유주식의 약 10% 정도를 IPO를 통해 증권시장에 상장해 매각(구주매출)할 계획이다. IPO로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향후 추가 매각 여건이 마련될 것이고 추후 경영권을 제외한 나머지 34%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를 통해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경영권 지분(지분의 50%+1주 이상)은 서울보증보험 업무의 성격·범위, 보증보험산업 관련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원하는 SGI보증보험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정도다. 이에 따라 매출 10%로 진행하는 IPO 공모 금액은 2500억원에서 3000억원선이다. 다만 IPO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에게 일정 비율의 할인율을 제시해야 해 공모액은 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SGI서울보증이 정부의 의도대로 2조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GI서울보증의 주력 사업인 이행 보증,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의 성장성이 크지 않아 상장 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공기업의 IPO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이 상장 추진에 나섰지만 헐값 논란과 함께 정부와 발전공기업, 상장 주관사 간 주당가격 이견으로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최근 IPO 시장 자체가 부진한 점도 예금보험공사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기업공개를 한 회사 수는 70개사로 1년 전보다 19개(21.3%) 감소했다. 공모금액은 1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1000억원(20.7%) 줄어 4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지난해 전체 공모액의 80%를 웃돌았던 LG에너지솔루션(공모액 12조7500억원)을 제외하면 공모금액은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적 자금 회수가 가능한 기업가치를 받을 수 없다면 IPO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공적자금위원회에서는 IPO 데드라인을 정해 두고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에 예비 심사 청구를 해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구색은 갖추더라도 2개월 이상 소요되는 심사 기간을 벌어 시장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자는 전략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GI서울보증이 기술 기업처럼 신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세자금에 대한 보험업무를 하는데 단기간에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시장에서는 일종의 배당주 성격이 강한 주식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당주 성격의 주식은 상대적으로 급격한 주가 변동이 없기에 시장 상황에 따라 흥행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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