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주주총회 단행···마트·슈퍼 통합소싱 위한 기반 구축 추진 강조
마트·슈퍼 겸직 강 대표 사내이사 선임···이익률 1% 대선 여부에 자신 내비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강성현 롯데쇼핑 대표(부사장)가 일명 ‘슈퍼 살리기’ 특명으로 마트와 슈퍼 통합 소싱 작업에 한창이다. 그로서리 중심 콘셉트를 새롭게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강 대표는 “시장의 판을 흔들어보겠다”고 공언했다.

롯데쇼핑은 필요한 부분에만 자원을 집중해 업무와 비용 효율을 끌어올려 매출총이익을 전년 대비 ‘1%’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위에 머물러 있는 롯데마트와 하락세를 보이는 롯데슈퍼를 합쳐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인데 시나리오대로 롯데쇼핑이 목표 달성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롯데쇼핑은 서울 영등포 롯데리테일 아카데미에서 제53회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롯데 유통군HQ 대표)은 “유통 1번지로의 재도약을 위해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조직문화, 비즈니스 트렌스포메이션, 사업구조 등의 강력한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 / 사진=한다원 기자
이날 오전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 / 사진=한다원 기자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이날 주주총회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이날 주주총회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김 부회장은 이날 사내이사로 선임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를 언급하며 “지난해 말 One CEO 체제로 전환한 마트와 슈퍼는 올해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가 되기 위한 통합 전략을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며 “상품코드 일원화 등 통합소싱을 위한 기반 구축과 새롭게 탄생한 HMR 브랜드 ‘요리하다’, PB브랜드 ‘오늘 좋은’, 더욱 신선해진 신선식품 등 상품 경쟁력 제고를 위한 통합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롯데마트와 슈퍼가 상품 소싱 등 작업을 통합해 그로서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와 슈퍼가 개별적으로 하던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하면 추가 비용과 인력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협력사도 안정적인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으로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마트와 슈퍼 상품코드를 통합해 발주 및 상품관리, 데이터 분석 등을 함께 해 서비스 품질을 높일 전망이다.

롯데슈퍼는 2018년까지 연간 매출이 2조원 수준으로 기업형슈퍼마켓(SSM)업계에서 외형이 가장 컸으나 구조조정 여파로 매장수를 축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사업이 위축됐다.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면서 롯데슈퍼는 1시간 바로배송 서비스를 전개하던 퀵커머스도 중단했고, 올해도 지속적으로 비효율 점포를 축소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 GS더프레시가 매장을 거점으로 온·오프라인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그간 롯데슈퍼를 이끌던 남창희 대표가 롯데하이마트 수장으로 이동하면서 강 대표가 마트와 슈퍼사업부를 겸직하게 됐다. 이로써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마트, 슈퍼사업 연결고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가 전개하는 그로서리 주문배송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마트와 슈퍼 부문의 효율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다만 롯데쇼핑의 이같은 마트, 슈퍼 통합은 경쟁사 대비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그간 생필품과 가공식품 등 중복된 품목을 대거 보유했음에도 상품코드가 모두 다르게 운영돼왔다. 즉 상품 조달, 관리가 각자 별도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앞서 롯데마트와 슈퍼 납품 단가가 다르면서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과의 거래가 중단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롯데의 경쟁사인 이마트와 GS리테일은 일찌감치 상품코드를 통합해 대량 매입으로 단가를 낮추고 바잉파워를 높여 리테일 사업간 시너지를 높였다.

롯데마트, 롯데슈퍼 최근 실적 추이. / 자료=롯데쇼핑IR,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마트, 롯데슈퍼 최근 실적 추이. / 자료=롯데쇼핑IR, 표=김은실 디자이너

강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로서리 중심 콘셉트를 새롭게 시장에 선보이면서 시장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며 “꼭 필요한 부분에만 자원을 집중해 업무와 비용 효율을 끌어올려 매출총이익을 전년보다 1% 개선하자”고 강조했다.

현재 롯데쇼핑IR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 5조9040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롯데슈퍼는 지난해 매출 1조3430억원, 영업손실 40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롯데슈퍼의 시장점유율도 지속 하락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슈퍼부문 시장점유율은 2020년 39.2%에서 2021년 35.7%로 하락했고, 지난해 33.3%를 기록했다. 이는 막대한 적자로 인해 경쟁력을 제고할 만한 신사업 추진은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슈퍼의 소싱 통합은 상품 대량 매입에 따른 구매력 강화로 양사업부 모두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했고, 슈퍼의 실적이 지속 하락 중이라 얼마만큼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날 주총 직후 기자의 “마트, 슈퍼 매출총이익 1% 이상 개선 가능하냐”는 질문에 “양 사업을 합치는 과정에 있고 내부 효율화 작업하고 있어서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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