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여자 이해관계 대립···전통 사업자 일제히 반발
보험사와 빅테크 간 충돌 넘어 설계사 생존권 보장 요구, 갈등 확산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자칫 소비자 피해 이어지지 않을지 상시적 점검 필요
보험사와 설계사, 빅테크 모두 협업할 수 있는 고객 중심 판매 채널 구축 노력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빅테크 기업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이르면 상반기 중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경쟁 심화와 수익 감소에 몰린 전통 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와 빅테크 간의 충돌을 넘어 설계사까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온라인 금융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것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개월여 동안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후 11월 말 제도화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험대리점과 보험사들의 거센 반발에 일정을 연기했다.

전통보험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카카오페이·토스 등 플랫폼 회사가 보험에 진출하면 영세 설계사의 생계 활동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위한 사업비 부과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온라인 전용 보험 상품만 규제를 풀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자동차보험, 단기보험, 실손의료보험, 저축성보험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종신·변액·외화보험 같은 복잡한 상품을 제외한 모든 보험 상품에 대한 규제 빗장이 풀리자 대면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향후 금융당국이 온라인 플랫폼의 비교·추천에 이어 중개 판매까지 허용해준다면 빅테크 영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빅테크들이 자사 서비스 안에서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중개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설계사들의 영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위해 자동차보험을 포함하면서도 설계사 반발을 감안해 CM(온라인판매)용 상품만 서비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는 보험사와 소속 설계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완전판매나 개인정보의 오남용 문제, 고령층 등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소외계층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수료율을 둘러싼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중개 수수료 상한을 보험료의 2~3%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등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과 동일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빅테크들은 역마진 등을 우려해 12~13%의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지 상시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보험사와 설계사, 빅테크 모두 협업할 수 있는 고객 중심의 판매 채널을 구축해나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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