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요 기업 적극 투자···정부, 기술확보·인재양성 정책 마련
국회도 로봇 규제 해소 입법 속도···“4차산업 신제조업 핵심 협동로봇 관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내 주요기업들이 로봇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부와 국회도 관련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 기술이 우리나라 제조업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단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용 로봇을 대체할 협동 로봇에 주목해야 한단 조언도 제기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봇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0년 250억 달러 수준인 로봇산업시장이 2030년에는 2600억 달러로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본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관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전날 제철소 안전과 생산, 품질 부문에 로봇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협동로봇 생산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추가 매입했으며 로봇 관련 기업 인수합병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고, LG그룹은 보사노바 로보틱스, SG로보틱스 등에 투자, 제휴를 진행했다. 그밖에 네이버나 통신사들도 로봇 제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기업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정부와 국회도 민간 중심의 로봇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로봇 이동성 확장, 안전산업 진입, 협업 보조로봇 확산, 로봇친화적 인프라 확충 등 4대분야에서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부 주최로 열린 로봇 미래전략 컨퍼런스에서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은 “글로벌 로봇 보급 확대,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조선, 뿌리산업 등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산업,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로봇 보급을 확대하고,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복지, 재난 안전 분야에도 로봇공급을 확대한단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첨단 로봇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2조원을 투자하고 인력 양성을 위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융합형 인재 양성에 나선다. 제도적으로는 51개분야 핵심 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등 상반기 내 첨단 로봇 산업 전략을 마련한단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제조업에 주목한다. 우리 제조업이 양적으로는 5대 강국이지만 질적으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원인이 부가가치 경쟁력이 높지 않고 디지털화가 뒤처져 있는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로봇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장 차관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우리 산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저출산으로 인한 만성적 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것”이라며 “산업재해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로봇 산업 자체가 인공지능(AI)과 5G 첨단반도체와 융합돼 성장성이 높은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도 로봇은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2023 로봇 미래전략 컨퍼런스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2023 로봇 미래전략 컨퍼런스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국회 내 입법 움직임도 탄력을 받고 있다. 로봇 실외이송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되는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이 전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로봇 분류를 차에서 보행자로 변경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자구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외 이동 로봇에 대한 규제가 풀리게 된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반도체 생산 산업 등 첨단 산업 외에 기존 산업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도 반영돼 있다. 로봇 업계도 수혜 범위에 들어간다.

정부와 업계가 로봇 육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 로봇 산업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서비스 로봇은 중국산, 제조분야 로봇은 일본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격차도 상당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로봇이 가진 기술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로봇 산업에서 뒤떨어진 국가나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단 것이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명으로 볼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디지털 전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혁명을 하고 있다”며 “모든 기업과 국가의 미래는 비즈니스 모델 혁명의 성공에 달려있는데 미래 로봇 산업은 데이터와 AI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혁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제품 혁신, 기술혁신 등이 주요 과제였던 제조업이 디지털 전환으로 고객과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융합, 통합, 플랫폼 등과 만나면서 정보통신, 서비스, 콘텐츠 등 다른 산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신 제조업이 탄생하고 있단 설명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협동 로봇을 주목해야 한단 조언이다. 기존 제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에 비해 장점이 크단 분석이다. 협동로봇은 협소공간 설치 및 재배치가 편리하고 인간의 작업 수준이나 속도에 맞춰 작동한다. 사람이 접근하면 동작속도를 조절하기에 안전펜스와 같은 부가설비가 필요하지 않다. 또 사용법이 간단하고 프로그래밍이 무제한적이라 다양한 작업이 수행 가능하다.

다만,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단 진단이다. 강덕현 알에스오토메이션 대표는 “협동로봇이 생각보다 많이 늘지 않고 있다. 해외 선진업체에서는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보고 국내에 본격 진출하는데 망설이고 있다”며 “이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했을 때 어떻게 될지 걱정도 있다. 협동용 로봇과 산업용 로봇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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