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의장·김창한 대표, 정기 주총서 재선임
“1600억원 규모의주주환원정책 빠른 시일 내 실행”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시사저널e DB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연임에 성공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향후 재신임 임기인 3년 안에 여전히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그 전이라도 은퇴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김 대표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제1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가가 매일 신저가를 기록하는데 어떻게 재선임에 추천될 수 있는가”라는 한 주주의 질타에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작년 출시한 게임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에 대해 통감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주가는 46만원에서 시작해 16만8000원으로 마감하면서 1년 새 63.5% 급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약 14조원 증발했다. 지난 16일 상장 이후 최저가인 15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17만9200원이다. 

◇ 장병규 의장 불참에 주주 “무책임” 질타

이날 주주총회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임우열 퍼블리싱그룹 본부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했지만, 재선임 당사자인 장병규 의장은 불참했다. 

일부 주주들은 장 의장 주총 불참에 대해 비판했다. 한 주주는 “주주총회는 정말 중요한 행사인데 오지 않은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장 의장은 일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며 “최근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거기서 많은 의견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주들의 항의는 어어졌다. 또 다른 주주는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없고, 연락할 길도 없다”며 “언론 통해서 들으란 건데 회사가 어려울 때 주주들 앞에서 짧게라도 얘기하고 과정을 설명하면 주주들이 마음의 위안을 받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장 의장이)이사회 의장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최근 경영에서도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주총 자체는 대표이사가 의장이기 때문에 주총 자체를 무시했다기보다 대표이사가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한 것이라고 여겨달라”고 말했다. 

장 의장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사내이사 선임건은 97.07% 비율로 통과됐다. 김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건도 98.5%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또 다른 주주는 장태석 총괄 프로듀서에 10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문제 삼았다. 주가가 최근 신저가를 경신한 시점에서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것이 중요하냐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에 “게임 사업은 물건을 파는 것과 다르게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더 큰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를 위해 스톡옵션 형태를 제안했다. 스톡옵션 자체가 회사가 성장할 때만 일부분 행사할 수 있다. (시가총액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지 않으면 의미 없는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톡옵션 행사조건은 시총 기준으로 12조원에 도달했을 때 10만주 가운데 10%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12조원 이후부터 시총이 2조원 단위로 오를 때마다 10%씩 행사하는 구조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크래프톤 시총은 8조8479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이 /사진=이하은 기자
크래프톤이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제16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이하은 기자

◇ “주가 올리는 게 1순위···배그 모바일 인도 조만간 좋은 소식” 

주주총회가 끝난 후에도 주주들은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자사주 매입 계획 등 주가 부양 대책을 요구했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콜에서 약 15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배 CFO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오늘 재무제표를 승인받았기 때문에 1600억원 이상 규모로 확정할 생각이라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별도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조속히 이사회를 개최해 빠른 시일 내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로서 주가를 올리는 게 1순위란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배당이나 다른 주주친화정책은 추가적으로 고민해 도움이 된다면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목표주가에 대한 질문도 수차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목표는 있지만, 주가와 연결되는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없다. 결국 실적을 올리는 것밖에 없다. 올해는 게임으로 실적을 만들겠다. 펍지(배틀그라운드)를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고, 효율적으로 게임을 만들어서 성과를 내겠다”고 답했다. 

이어 “외부 개발사의 퍼블리싱(세컨드파티 퍼블리싱)이나 자체 신작이 내년에 훨씬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올해 주가에 희망으로 반영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신작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외부 퍼블리싱 비율을 확대해 라인업에 20여 종의 신작을 추가하겠단 방침이지만,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체 개발 중인 신작 '프로젝트 블랙버짓', '더 넥스트 서브노티카', '프로젝트 골드러쉬', '프로젝트 언어나운스드' 등도 내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등 기존 게임의 서비스 역량을 높이는데 집중한단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인도 시장에서 퇴출됐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서비스를 재개하고, 중국 판호를 준비해 실적 방어에 나선다.

임우열 퍼블리싱그룹 본부장은 “인도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대관업무 인력을 늘려서 인도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며 “중국 기류 자체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만큼 판호를 받아서 PC 서비스를 정식 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IP가 될 수 있으니 좀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며 “올해는 대형 지적재산권(IP)인 배틀그라운드의 성장을 이끌고, 새로운 IP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장 부응에 기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주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업가치를 성장시키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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