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급락으로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 더 높아져
전세금 미반환 우려 커지고 반전세·월세화 가속화될 듯

아파트 거래량에 한참 못미쳤던 빌라가 최근에는 손바뀜이 활발하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역세권 고밀개발과 공공재개발 등을 언급하면서 개발 기대감이 확산한 영향이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빌라 주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시가격 급락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액이 줄어들면서 보증금을 대폭 낮춰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다. 시장에선 새로운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돌려주는데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속출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빌라왕 사건 이후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빌라 시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빌라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약 6% 하락했다.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률(18.61%)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작지만 빌라 주인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상한선이 대폭 낮아졌는데 공시가격 하락까지 더해진 탓이다.

올해부터 시세가 없는 빌라는 공시가격의 140%를 집값으로 보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구한다. 지난해 150%보다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강화하기로 했다. 빌라는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이 많아 공시가격 급락으로 전세금을 웬만큼 낮추지 않는 이상 전세보증가입 대상에 들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빌라왕 사건 등 전세 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보증보험 가입 없이는 세입자를 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집주인들은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 기존 보증금보다 적은 돈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존 세입자에겐 차액을 얹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전세 빌라 10건 중 6건은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최근 3개월간 서울·경기·인천지역의 연립·다가구 전·월세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현재 전세 시세가 유지될 경우 전세 거래 빌라의 66%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전셋값 하락과 전세 사기 등으로 급증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앞으로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는 1121건, 보증 사고 금액은 254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역대 최대 기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한 주택이 많을 경우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 규모도 커진다”며 “감당을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세입자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들이 전셋값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받는 반전세나 월세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빌라 전세 시장 특성상 앞으로 공시가격 하락과 맞물려 전셋값도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보증금이 낮아지면 반전세로 계약하는 주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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