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민주당·정의당과 정책 공조 강화···국회 내 노동 입법 논의 탄력 ‘관측’
민주노총, 새로운 노동 정당 창당 움직임···다음달 대의원회의서 찬반 격론 전망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노동계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안전운임제 등 주요 노동 현안에 있어 야당과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독자 노동 정당 창당 움직임도 감지된다. 노동계의 대정부 비판 강도가 세지면서 국회 내에서도 노동 관련 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긴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노총은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등 정부 노동정책이 노동계에 대한 탄압으로 흘러간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노동계의 대응이 더욱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기준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확대해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는 대신 일이 적을 때 더 쉴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과로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과 공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정의당 지도부와 정책 간담회를 갖고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사회 정책은 총체적 난국이다. 노동시간부터 임금체계, 산업안전, 노사관계, 공공의료, 연금개혁, 일자리 문제까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실패했던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며 “정의당과 연대와 공동행동을 통해 노동자의 민생의제를 제도화하고 개선해 나가는데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법 2,3조 개정이 완료되는 대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최소한 연내에 입법이 이뤄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임금, 비정형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은 조직노동과 진보정당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책연대가 매우 중요하 시기이다. 그간 정의당과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노란봉투법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를 함께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도 중대재해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 철폐,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까지 함께 힘을 내달라”고 말했다.

이어 “과로조장 정부 정책에 맞서 노동자도 제대로 쉴 수 있는 권리까지 쟁취해야 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조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시민들 모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굳은 연대 걸음을 함께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한국노총은 정의당 지도부와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 사진=최성근 기자
24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한국노총과 정의당 지도부간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양측은 5대 노동개악 저지 및 10대 법제도 개선 정책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노동시간, 임금체계 등 노동시장, 비정규직법, 고용보험법, 공공부문 민영화 및 구조조정, 연금, 중대재해처벌법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5대 노동개악으로 지적했다.  

10대 법·제도 개선 정책과제로는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이행 및 노조법 전면 개정, 실질임금 확보, 공무직 차별철폐 및 신분보장, 특고·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확대, 고용승계 보장법, 법정정년 연장 및 연령차별 금지 등을 꼽았다.

양측은 또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법개정, 공무직위원회 상설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공동결의문 내용은 앞서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진행한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공조를 결의한 내용과 동일하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이 요구하는 주요 노동현안들이 국회에서 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란봉투법과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가 본회의에 직회부 가능성이 커졌고, 정부 여당이 노조 회계 투명화를 전면에 내세워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야권의 제동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노총 내에선 새로운 노동정당 창당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다음달 대의원회의에서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창당 안건을 상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선거때마다 각 정당에게 단일화를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단 인식에서 나온 방안이다. 다만, 민노총 내부에선 정당 창당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노총 관계자는 “대의원들간 찬반 입장이 첨예한 사안이라 토론을 통해 정리가 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지난번 중앙집행위원회 토론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 다음달 대의원회의에서도 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상황에서 정해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사실상 원내 유일한 노동정당인 정의당이 소수정당의 한계를 절감하는 상황에서 신생 노동 정당 창당이 노동계의 정치 역량을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단 전망이 나온다.

민노총은 장외 투쟁에도 나섰다. 다음날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주69시간 근무제 추진 논란 등을 규탄하고 임금, 고용,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오는 5월엔 총궐기 대회, 7월엔 총파업을 진행한단 계획이다. 

노동계가 야권연대, 독자 정치세력화, 장외 집회 등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단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다음날 열리는 장외집회 관련,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한다. 경찰 측은 “극심한 시민불편이 초래될 경우 신속하게 해산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현장체포를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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