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검사 ‘자격상 문제’로 각하·기각···기본권 침해 여부는 판단 안 해
입법개선 가이드라인 제시해온 헌재···적극적 판단 없어 아쉬워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헌법재판소는 23일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지난해 개정된 ‘검수완박’ 입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 법무부장관의 청구인적격, 검사에 대한 권한침해 가능성을 부정했다. 위장 탈당 등 ‘꼼수 입법’ 논란, 검찰의 집단 반발, 법조계와 학계의 개정안 비판 등 11개월 간의 논란을 일부 정리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한 대목도 있다.

그러나 헌재가 검수완박 개정안 그 자체에 대한 판단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점은 유감이다. 검찰의 수사권 축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헌재가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냐는 아쉬움이다.

물론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는 이번 사건의 심판 대상이 아니었다. 헌재는 개정안이 법무부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는지와 그 무효 여부가 심판대상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헌재가 다수의 사건에서 향후 입법개선의 방향을 언급하거나, 보충의견·별개의견 등 소수의견에서 입법개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소극적 판단을 한 게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검수완박 논란의 본질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다. 거대 양당의 정치적 이익과는 별개다.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과 수사와 기소가 일정 부분 분리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개정안대로 사실상 경찰에 기존 검찰의 권한을 몰아줄 경우 생길 우려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이견은 많지 않아 보인다. 법원행정처, 대검찰청, 대한변협 등 법조단체들이 검수완박 법안에 추가 검토·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낸 배경이다.

앞으로는 검수완박 개정안을 무력화한 한동훈 법무부의 수사개시규정(대통령령,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을 놓고 첨예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수원복 시행령을 되돌릴 또 다른 입법이 있을 것인지, 이를 둘러싼 정쟁을 지켜봐야 하는지, 수사 범위 확장의 여지를 남긴 ‘등’ 해석을 놓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벌였던 소모적 논쟁과 유사한 갈등을 재차 지켜봐야 하는지 묻고 싶다. 헌재의 적극적 판단과 가이드라인 제시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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