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가기관 법률상 권한은 국회의 입법으로 형성·부여”
법무부 장관은 ‘청구 자격’ 없고 검사는 권한 침해 불인정
법사위서 국회의원 심의·표결권 침해 일부 인정···국회의장 가결 선포는 무효 아냐
사실상 민주당 판정승에 여야 반응 엇갈려

유남석 헌재소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남석 헌재소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회의 검수완박 입법행위에 대한 법무부장관과 검사의 권한 침해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또 국회의원들에 대한 권한 침해가 일부 있었다고는 하면서도 법안 자체는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국회의 입법 권한을 넓게 인정한 결론이다.

헌재는 2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가기관인 검사 6인이 청구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권한쟁의심판(2022헌라4)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소장을 비롯해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다. 반대의견은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이 냈다.

헌재는 검수완박법 개정 행위는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데, 수사권과 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적격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들에 대해서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을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국가기관의 법률상 권한은 국회의 입법행위에 의해 비로소 형성·부여된 권한일 뿐 역으로 국회의 입법행위를 구속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국가기관(검사)의 법률상 권한은 국회의 입법행위로 침해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의 입법행위로 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된 검사의 법률상 권한이 법률개정행위로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의 심판청구는 권한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검수완박법 개정행위의 절차에 관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2022헌라2)은 일부 인용(재판관 5:4 의견)했다. 위원장의 가결선포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를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2022헌라2)에 대해서는 역시 재판관 5:4 의견으로 기각했다. 기각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본 회의에서 위원회 심사보고와 수정안 제안설명, 무제한토론 등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돼 자유로운 토론의 기회를 보장받았다”며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헌재가 검수완박 입법 절차 과정에서의 일부 하자를 인정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민주당에 판정승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재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입법권과 검찰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입법권에 도전하며 법치에 어긋난 무리한 소송을 강행한 것”이라며 한동훈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검수완박법 입법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헌재의 결정은 장관의) 지휘 감독권이 전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새겨들었으면 좋겠다”며 “소위 수사권을 종전으로 회복시킨 시행령도 다시 숙고해야 하지 않나”라고 직격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음주하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헌재가 정치재판소 같아 보인다. 황당한 궤변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짧은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대검찰청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실질적 본안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5대4로 각하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입법행위의 절차에 있어 위헌·위법성이 있음을 헌재가 확인해 준 점에 의미가 있다”며 “검찰은 어떠한 법률과 제도 아래에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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