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생계비대출 최초 금리 15.9%···카드론 평균금리보다 높아
지원한도 최대 100만원 불과···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소액생계비대출 주요 내용/자료=금융위원회
소액생계비대출 주요 내용/자료=금융위원회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신용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금융상품의 일환으로 ‘소액생계비대출’을 내놓는다. 다만 최초 금리 수준이 15%대로 높은 탓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금리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신용 취약계층이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서민금융진흥원이 직접 대출하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이 오는 27일 출시된다.

최근 속칭 ‘내구제대출(나를 구제하는 대출)’ 등과 같이 소액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사금융이 횡행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소액의 생계자금을 직접 대출하는 정책 상품을 마련했다.

내구제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취약층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이를 불법업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을 받는 방식의 불법사금융으로, 일명 ‘휴대폰깡’으로도 불린다. 불법업자는 넘겨받은 휴대전화의 기기할부금, 소액결제 등을 피해자에게 떠넘긴 채 잠적해버리고 피해자는 본인이 받은 금액의 수십배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이런 식으로 개통된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형사처벌까지 받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금융위 서금원은 소액생계비대출을 통해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의 대출수요를 정책서민금융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원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다. 한정된 공급 규모를 감안해 제도권 금융과 기존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이 어려운 이들에 대해 우선 공급된다.

소액생계비대출은 기존 정책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저신용 연체자, 무소득자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며 연체 여부,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 지원할 수 있다.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을 폭넓게 아우르겠다는 것이 소액생계비대출 도입의 취지지만 문제는 높은 금리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최초 금리는 연 15.9%다. 2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24%로 집계됐다.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가 카드론 평균금리보다 높은 셈이다.

차주가 이자를 성실히 납부할 경우 최대 6%포인트, 금융교육 이수 시 0.5%포인트의 혜택을 받아 금리를 최저 9.4%까지 낮출 수 있지만 최초금리 수준이 15%대라는 점은 취약계층에게 큰 부담이다.

턱없이 낮은 한도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지원금액은 최대 100만원이다. 다만 최초 50만원 대출 후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납부했을 경우에만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사실상 최초 대출한도는 5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그 리스크를 금리에 어느 정도 반영할 수는 있겠으나 정책금융상품의 금리가 15%를 넘는 것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주문하면서 이런 식으로 고금리의 정책금융상품을 내놓는 것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금액도 최대 100만원인데 이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최대 100만원 한도를 내걸었지만 최초 대출금액은 50만원에 불과한데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사람들의 실수요 자금을 생각하면 지원금액이 너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 중에서 금리가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나 지원대상이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존의 서민금융상품조차도 이용하기 어려울 만큼 내몰린 상황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금리를 낮출 경우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현재의 금리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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