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금일부터 일부 점포서 사용 가능
신세계그룹 계열사는 지원 안해···도입 시기 저울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애플이 금일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와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우선 시행에 돌입했다. 유통업계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일찌감치 애플페이 단말기 도입에 나섰지만, 신세계그룹 계열사는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신세계는 자사 간편결제 ‘SSG페이(쓱페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지만, 언제까지 애플페이 도입을 미룰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에 장착된 아이폰 결제 단말기. / 사진=한다원 기자
세븐일레븐에 장착된 아이폰 결제 단말기. / 사진=한다원 기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결제가 가능한 제품은 아이폰6부터 아이폰14까지다. 삼성페이처럼 애플의 월렛(지갑) 애플리케이션에 현대카드를 등록한 후 사용하면 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이날 현대카드 언더스페이지 행사에서 “아이폰 이용자라면 모두가 기다려왔을 그날”이라며 “오전에 벌써 17만명이 애플페이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애플코리아는 아이폰14 출시 소식과 함께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언급했다. 당시 애플코리아는 “애플이 곧 애플페이를 한국에 출시한다”며 “한국 이용자들은 새로운 아이폰 옐로를 포함한 아이폰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해 온·오프라인 가맹점 및 앱에서 쉽고 빠르고 안전한 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아이폰은 1280만대다. 아이폰 사용자 수가 1280만대라고 고려했을 때 연내 55%인 700만가량이 애플페이 사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적인 곳은 유통업계다. 유통업계는 일찌감치 애플페이를 맞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 현재까지 애플페이 결제 가능 가맹점은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 코스트코, 홈플러스, 롯데마트, 현대·롯데백화점,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이디야, 빽다방, 폴바셋, 메가커피 등이다.

다만 변수는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신세계그룹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업계에서는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이용자 유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삼성페이 출시 직후 1년이 지나서야 삼성페이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 출시 때도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에 삼성페이를 도입하지 않았다”면서 “단말기 비용도 고려됐겠지만 시장 상황을 보고 시기를 조율할 것 같다. 아이폰 이용자가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이 일본 여행 중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 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이 일본 여행 중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 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폰 이용자들도 애플페이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일본 여행에서 아이폰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에 일부는 “아이폰 사용하시는거 보고 이재용 회장님은 롯데마트 가실 듯”, “아이폰 쓰시는데 왜 신세계, 이마트, 스벅은 애플페이 안하냐,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달라”, “갤럭시도 쓰냐” 등의 댓글을 달았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친분을 과시했던 바 있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 2021년 9월 이마트와 ‘정’든 된장라면 밀키트를 공동 개발해 출시한 바 있다. 한국식 된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라면으로, 정용진 부회장과 정태영 부회장이 업무 협의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본인 레시피로 만든 된장라면을 소개했고, 정용진 부회장이 이에 호응하면서 두 회사가 본격 상품 개발에 착수했던 것이다.

다만 쓱페이, 스마일페이, 이마트페이 등이 국내 유통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신세계그룹의 애플페이 거리두기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SSG닷컴은 그룹의 이커머스 역량이 집약된 쓱페이를 품었고, 결제 편의성을 높였다. 당초 쓱페이는 기존 SSG닷컴 고객층을 흡수하고 결제 접근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양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기존 집무실이 위치한 강남 신세계, 성수동 이마트 집무실에 이어 세 번째 집무실을 SSG닷컴에 마련하며 쓱페이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러나 네이버페이, 쿠페이 등 유통 간편결제에 밀리며 아직까지 쓱페이를 중점으로 한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신세계뿐 아니라 국내 자영업자들도 애플페이 도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본사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단말기 교체 자체가 부담이어서 얼마나 많은 단말기가 도입될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단말기 교체 비용은 가맹점당 15만~2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플 쓰는 사람 많은데 애플페이 가능한 단말기로 바꿔야할 것 같다”는 글과 함께 “애플페이는 수수료 따로 더 내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애플페이 없으면 젊은 고객들이 별점 테러한다더라”, “단말기 교체 비용 알아봐야겠다” 등의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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