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투자주의등급 7단계 강등
“재무 상황 악화와·재정지원 의존도 증가”
17일 주가 32.8% 급락···지방 은행 연쇄 하락
SVB 모기업 ‘파산보호’ 신청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미국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진정되는 듯했던 주가도 크게 떨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7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의 기업 신용등급을 종전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7단계 하향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론 재무 상황 악화와 자금 인출로 인한 재정지원 의존도 증가를 꼽았다.

무디스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은 기존의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조정했고, 장기예금 신용등급은 ‘A1’에서 ‘Baa3’로 5단계 내렸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은 총 21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의 수가 올라갈수록 신용도가 낮아지고, Ba1(11등급)부터는 정크(투기)등급으로 평가된다. 무디스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A-’에서 투기등급인 ‘BB+’로 4단계 낮췄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 사태 이후 미국 금융당국이 긴급하게 개입했지만 중소형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10일 SVB가 뱅크런으로 400억달러(약 52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파산했다.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에도 파산설이 돌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 11곳은 지난 16일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한다고 발표했다.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가가 반등했지만 하루 만에 급락 마감했다. 17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 32.8% 하락한 23.03달러(3만157원)에 거래를 마쳤다. 115달러였던 지난 8일에 비하면 9일 만에 5분의 1이 된 셈이다. 이날 기준 주간 하락률은 71.83%에 달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불안은 다른 지방 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즈 뱅코프의 주가는 6.67%, 댈러스의 코메리카는 8.44% 등이 내렸다. 무디스는 앞서 SVB 파산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미국 은행시스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 때문에 퍼스트리퍼블릭이 결국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VB는 폐쇄조치된지 일주일 만에,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이 뉴욕남부 연방지법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면 채무이행은 일시중지되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된다. SVB파이낸셜그룹의 자산과 부채는 현재 각각 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미국에선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이후 파산보호 신청을 한 최대 규모 금융기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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