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일렉링크·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과정서 간판 교체
기존 사명으로는 사업확장 ‘한계’ 판단

SK일렉링크의 블루투스 내장형 가정용 충전기(왼쪽)와 다목적 충전기. /사진=SK
SK일렉링크의 블루투스 내장형 가정용 충전기(왼쪽)와 다목적 충전기. /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사명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인수합병(M&A)으로 불가피하게 바뀐 간판을 택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에 사명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가 올해 초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민간 급속충전기 운영기업인 에스에스차저는 최근 ‘SK일렉링크’로 사명을 바꿨다. 이 사명은 전기를 뜻하는 접두어 ‘elect’와 연결이라는 의미가 담긴 ‘link’가 결합된 것이다.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가 연결되는 것처럼 기업과 소비자, 환경보호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연결한다는 뜻을 담았다.

SK일렉링크는 “SK그룹에 합류하면서 사명을 바꾸는 동시에 보유한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 고속도로 60여곳에 충전소 구축을 완료한 후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에 인수된 일진머티리얼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이름을 바꾸고 동박 부문 자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연산 6만톤의 생산능력을 지닌 이 기업은 2027년까지 미국과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에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능력을 23만톤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M&A를 통해서가 아닌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사명을 바꾸는 곳들도 많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지난해 12월 ‘SK엔무브’로 이름을 바꿨다.

윤활유 등 기존 사업영역에만 국한된 회사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 효율화 기업의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엔무브에는 ‘더 깨끗하고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을 만드는 기업’이란 뜻을 담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계열사 및 자회사 등 개별기업이 아닌 그룹 사명을 통째로 바꾼 곳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말 ‘HD현대’로 그룹명을 변경했다. 중공업을 떼어내 조선업계에 국한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명을 바꾸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큰 결정일 수밖에 없다”며 “로고나 CI 등을 바꾸는데 많은 자금이 투입될뿐만 아니라, 자칫 시장 인지도가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사업이나 미래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자금이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명을 바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크다는 판단이 많은 기업들이 간판을 바꾸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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