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손상차손 3조원 달하지만···유통 계열사 투자 나서
중고나라·한샘·무인양품 등과 롯데 계열사 간 시너지는 아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지난해 롯데쇼핑에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음에도 지속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중고나라, 한샘, 오카도 등 굵직한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상사가 보유하던 무인양품 지분 40%까지 확보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쇼핑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지만, 롯데쇼핑 자체도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잇단 투자에 나서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3조원이 넘는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에 강점을 두는 롯데쇼핑의 실적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롯데쇼핑 지분 투자 현황. / 자료=롯데쇼핑, 표=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롯데쇼핑 지분 투자 현황. / 자료=롯데쇼핑, 표=김은실 디자이너

손상차손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재무제표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이익이 충분하면 문제가 없지만, 향후 창출할 현금흐름이 악화해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손상차손에 반영한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손상차손만 총 3조9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2019년 1조3713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2020년 5502억원, 2021년 5595억원, 지난해 6126억원으로 점차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쇼핑은 최근 3년간 잇단 지분 투자, 인수 등에 나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한샘에 투자, 같은해 무인양품 지분 40%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롯데쇼핑은 오는 2030년까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및 자동화물류 센터에 9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무인양품의 경우 롯데쇼핑이 롯데상사가 보유해온 지분 40%를 사들이는 것으로, 무인양품은 일본의 양품계획이 60%, 롯데쇼핑이 40%의 지분을 가진 회사가 됐다. 롯데쇼핑은 무인양품이 보유하고 있는 39개 직영점 다수가 롯데마트와 롯데몰 내 입점했다는 점에서 무인양품의 상품 기획 및 운영을 보다 전략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데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롯데쇼핑의 행보를 보면 공통적으로 ‘그룹 계열사와 조화를 이루고 전략적으로 상호보완이 가능한 기업’을 우선순위로 투자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경우 규모가 작은 회사보다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최종 인수까지 염두에 둔 후 적극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롯데쇼핑이 지분 투자에 나선 기업들과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는 못한 상태다. 특히 롯데쇼핑은 한샘 인수 당시 백화점과 롯데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판매망과 롯데건설을 통한 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지만 오히려 한샘은 상장 후 첫 적자를 냈다. 한샘은 지난해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매분기마다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를 밑돌며 4개 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냈다.

무인양품도 한샘과 사정은 비슷하다. 무인양품은 2019년 일본 불매운동 이후 3년 연속 영업손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77억원 흑자를 냈었지만 2019년 7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무인양품은 2020년 117억원, 2021년 45억원의 손실을 냈다. 점포수도 무인양품은 2016년 20개에서 2019년 40개로 늘렸다가 현재 3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무인양품의 경우 지분투자를 단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협업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무인양품 점포수는 확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롯데쇼핑은 “올해 투자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에 투자한지 3년차가 됐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협업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세븐일레븐과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인 ‘세븐픽업’을 시작했다. 한샘과는 롯데온과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희망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프라인 매장 확대, 온라인 리빙 콘텐츠 강화, 가전·가구 콜라보 매장, PB공동상품 개발 등이 중점 사업으로 설정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기존 사업들을 통해 이익창출을 내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단 롯데쇼핑 내부 실적을 어느정도 안정하게 끌어올린 후 투자한 기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이 올바르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고나라, 한샘, 무인양품 등 모두 일단 지분투자를 진행했으며 인수 개념이 아니라 경영권에서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직접적으로 결정권을 갖을 수 없다”면서 “롯데쇼핑 유통 계열사들이 다양하게 있어서 투자기업들과 협업을 하거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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