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끼리 분쟁이라는 점에선 공통점 有
한진가 사태는 상속비율 아닌 경영권에 초점 ···LG가는 상속비율 자체가 분쟁 주제라는 점에서 차이 있어
지난해 LG복지재단 대표 오른 구연경 씨, 오너가 여성이 LG그룹 내에서 대표직을 맡게 된 최초 사례

구광모 LG회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 각 사
구광모 LG회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 각 사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LG가(家)의 ‘분쟁 없는 상속’ 전통이 75년 만에 깨지게 됐다. 구광모 LG 회장이 가족들과의 상속 분쟁에 휘말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승계 과정서 과거 모친 및 남매와 갈등을 겪었던 조원태 한진칼 회장 사례가 비교되는데, 한진칼 분쟁이 ‘경영권’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LG그룹은 현재로선 경영권이 아닌 ‘상속 비율’ 자체가 갈등의 주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구본무 전 LG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분쟁 없이 승계를 이어왔던 터라 상속관련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남매끼리의 분쟁이라는 점에서 과거 한진칼 사례와 비교된다. 4년 전 고 조양호 한진칼 회장 별세 후 조원태·조현아·조현민 삼남매는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크리스마스에 말다툼을 벌인 후 함께 사과문을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이지기도 했다.

다만 현재 구광모 LG 회장이 겪고 있는 상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상황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우선 한진가의 경우 경영권이 다툼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진칼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나눠 상속받았다. 이로 인해 조원태(6.52%), 조현아(6.49%), 조현민(6.47%) 삼남매가 거의 균등하게 지분을 갖게 됐다. 상속과 관련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경영권이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공동경영을 하라는 선대 유훈을 어겼고, 조 회장이 총수로 지정된 것도 가족과 합의가 된 것이 아니라며 경영권 분쟁을 이어나갔다. 심지어 당시 한진가와 갈등구도에 있던 강성부펀드(KCGI)와 손까지 잡고 조 회장과 분쟁을 이어 가기도 했다. 이후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조 회장 체제로 정리됐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경영권이 아닌 상속비율이 도화선이 됐다. 별도의 유언장이 없으면 상속이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구 회장에게 ㈜LG의 지분을 ‘몰아주기’했다는 것이다. 고 구본무 회장의 ㈜LG지분은 구 회장에게 8.76%이 상속됐고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2.01%, 0.51%를 상속했다.

재계는 이번 LG가의 상속분쟁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한다. 다만 LG가는 승계원칙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한진가와 차이가 있다. LG는 철저히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이 아들이 없는 상황이 되자 장자승계 원칙을 위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을 정도로 LG의 장자승계 원칙은 확고하다.

한편 구 회장의 동생 구연경씨는 지난해 LG복지재단 대표로 취임했다. 오너가 여성이 LG그룹 내에서 대표직을 맡게 된 최초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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