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일 관계 개선 속도···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 경제 보복 해제 관측 제기
“소부장, 일본과 경쟁 통해 혁신 노력 강화···국내 진출 일본기업 활동도 활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우리 정부와 기업이 기술 자립에 힘쓰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가운데, 대일관계 회복이 국내기업에 새로운 혁신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정부와 기업이 밀착된 일본의 특성을 감안하면, 양국 기업간 교류가 늘어나고 국내 진출한 일본 기업 활동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이 빠진 강제징용 배상안을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 일본을 방문해 한일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일본도 정부 주요 인사들이 관계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그간 양국관계를 가로막았던 걸림돌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산업 분야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19년 이후 일본이 우리나라에 취한 경제적 보복조치를 풀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다. 일본은 불화폴리이미드, 극자외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폼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 또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수출관리우대국(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있다.

이들 보복 조치는 초기엔 일부 기업들이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으나 현재는 우리 산업계 전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나라 반도체에 있어 직접적인 생산차질이 빚어진 것은 파악하지 못했다. 수출규제로 인한 생산차질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부분은 업계들과도 계속 소통해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와 함께 기업 애로사항을 모니터링해 왔다. 수출규제 초기엔 일부 기업 고충이 들어오기도 했으나 최근엔 전혀 없단 설명이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이 보복 조치를 풀더라도 이로인해 우리 기업들이 당장 직접적으로 효과를 볼 부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그간 소재, 부품, 장비 분야 강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일본 의존도를 낮춰왔다.

정부는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품목 중 일본 제품의 수입 비중이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10.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 품목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4.4%에서 24.9%로 줄었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내걸었던 3대 품목의 일본산 의존도는 포토레지스트가 93.2%에서 77.4%로, 불화수소는 41.9%에서 7.7%로, 불화폴리이미드는 44.7%에서 33.3%로 각각 떨어졌다. 수출규제 기간 국내 기업들은 불화수소와 불화폴리이미드 국산화에 성공했고,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으로 대체 공급망을 확대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보이는 부분만 봐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안보, 경제 체질 강화 측면에서 한일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단 것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일본의 보복조치 이후 우리가 급히 관련 제품의 국산화를 높이는 노력을 했고 성과도 거뒀다”며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좋은 가격에 파는게 기본적인 기업 생리란 점을 봤을 때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는 사건이었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우리 기업에 예산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 왔다. 이에 상당수 우리 소부장 기업들이 기술 자립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보복조치가 풀리면 국내 기업들이 소부장 조달선을 다시 일본으로 돌리면서 우리 소부장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 측면에서 보면 피해를 업체들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경쟁이 있어야 혁신이 생겨 발전할 수 있다”며 “일본과 경쟁에서 타격을 받을 기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쟁을 자양분으로 일본보다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인들이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의 협력은 우리 경제문제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관계가 개선되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여행객들이 좀 더 많이 오면서 여행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며 “관료, 기업들간 투자협력, 기술협력도 활성화될 수 있다. 현재 많은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납품을 하고 있다. 이는 수출입엔 잡히지 않지만 국내총생산에는 분명 기여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미중이 패권을 다투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란 조언이다. 사 위원은 “미중간 갈등 속에 우리나라도 대중수출이 줄어드는 등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확보하는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아세안, 일본 등 같은 가치를 지닌 시장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국과 일본 기업간에는 협력할 부분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기업과 정부간 관계가 밀접하다. 양국간 정치외교적으로 관계발전할 계기가 만들어지면 기업 입장에서도 협력할 기회가 더 확대될 것”이라며 “한일은 경쟁 뿐 아니라 공생하는 부분도 있다. 세계 무역이 어렵고 공급망 위기가 왔을 때 양국 협력 체계가 잘 가동된다면 리스크를 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중간재가 매우 강하다. 우리도 이부분에 경쟁력을 확충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만들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뢰할만한 파트너를 확보한 상태에서 우리 경쟁력을 키워나가는게 순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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