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신리공장 생산재개, 작년 매출 증가···현재까지 150억원 손실, 향후 200억원 투자 예상
화일약품, 경영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 수행 입증···노동부 최종 판단 결과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해 공장 화재로 일부 원료의약품 생산이 중단됐던 화일약품이 최근 생산을 재개해 향후 경영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정부의 판단 결과가 화일약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일약품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9월 화재가 발생했던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공장의 일부 생산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생산재개 분야 매출은 110억3898만2145원으로 지난 2021년 기준 매출 1070억원의 10.32%에 해당한다. 공교롭게 지난해 화재 발생 후인 10월 4일 화일약품이 공시한 생산중단 분야 매출 역시 110억3898만2145원으로 원단위까지 동일하다. 공시대로라면 화일약품은 사실상 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중단 전체를 재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 일부 원료약 생산을 중단한 후 5개월만에 대부분 재개한 것이다. 화일약품은 유관기관의 작업중지 명령 일부 해제가 생산재개 사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화일약품 설명은 이와 일부 차이가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화재로 중단된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생산을 재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생산재개 분야의 구체적 물량이나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당초 지난해 화재 직후 생산시설 복구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업계 예상과도 일부 차이가 있다. 당시 업계는 화재로 소실된 공장을 신축하고 이에 따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 재인증에 1년 가량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화일약품은 화재가 발생한 공장 건물을 현재 철거도 하지 않은 상태이며 조만간 철거와 신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중지 명령을 일부 해제한 유관기관은 고용노동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장 화재 후 5개월만에 생산을 재개한 화일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잠정 매출은 1321억원으로 전년대비 23.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11.8% 늘었다. 화일약품은 국내 거래처 요청에 따른 원료 생산량이 늘어 실적이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단, 화재 발생에 따른 재해손실을 기타비용에 반영,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64억원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앞서 화일약품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통해 공장 화재로 인한 재고자산 및 유형자산 손실을 포함한 재해손실이 100억원 규모라고 공시한 바 있다. 종합하면 공장 화재에 따른 직접 손실 100억원과 5개월 생산 중단에 따른 최소 매출 손실 46억원이 현재까지 화일약품 손실로 추산된다. 여기에 향후 공장 신축과 안전시설에 투자할 비용은 200억원 가량이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신리공장이 241억원 규모 화재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재해손실을 충당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외부 추산보다 화재 후유증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용 외에 화일약품의 향후 최대 현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로 분석된다. 화재 당시 직원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피해규모가 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중대산업재해 조건 중 하나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이기 때문에 노동부가 당시 화일약품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가 현재 화일약품 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광역중대재해관리과 관계자는 “수사 진행을 서두르고 있는데 현재로선 종료 시점을 전망하기 어렵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결론이 나오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고 반대 경우는 종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화일약품 경영책임자가 공장의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느냐 여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결정할 것으로 판단한다. 화일약품이 경영자의 수행 여부를 입증하면 위반 결론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입증하지 못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사건은 단순 행정조사가 아닌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관련, 화일약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규정한 구체적 활동을 경영책임자가 수행한 자료와 결과를 제출해 입증해야 하며 노동부로부터 인정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법원 판결과 여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사한 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상황이다. 법조계와 업계는 이번 판결을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로 지칭하며 주목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노동계를 중심으로 현 정부가 소극적으로 적용하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법원은 공명정대하게 판결할 것이고 노동부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9월 예상치 못한 공장 화재로 큰 손실을 입은 화일약품이 원료약 생산은 재개했지만 더 중요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단을 정부로부터 받을 전망이다. 노동부의 최종 결정이 화일약품은 물론 다른 제약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화일약품 건은 젊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사례”라며 “법 적용은 원칙과 규정에 따라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