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재, 김종득, 김정기 등 상업은행 출신 하마평
전직 임원, 외부 출신 임명 등 파격 인사 전망도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새 행장에 오를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우리은행장은 그룹 서열상 2인자다. 더구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계열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선 내부 임원 가운데선 상업은행 출신인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가 하마평에 오른다. 또 퇴직 임원 혹은 외부 출신이 임명되는 예상 밖 인사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전날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가 아직 1년 남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그룹 지휘봉을 잡은 임 내정자가 추진하는 조직 개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우리금융은 올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 모두 교체됐다. 

우리금융은 이달 주주총회에서 임 내정자의 임명이 확정된 이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차기 행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요 보직자 3~4명을 후보군으로 정하고 일정 기간 성과를 분석한 후 자추위에서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외부 출신인 임 내정자가 그룹 지휘봉을 잡은 만큼 차기 행장은 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리은행장은 절차상으론 지주 이사회 8인으로 구성된 자추위가 선임하지만, 지주 회장의 의중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자추위 위원장도 지주 회장(사내이사)이 맡는다. 더구나 우리은행은 그룹 순익의 90%를 차지하는 만큼 지주 회장은 행장에 보통 ‘믿을맨’을 임명한다.

일각에선 내부 임원 가운데선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 자리를 꿰찰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임 회장이 취임 전부터 우리은행 계파갈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이기에 이번엔 상업은행 출신을 임명해 조직을 안정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과거 한일·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기에 두 은행 출신 간의 갈등이 종종 불거진 바 있다. 

상일은행 출신 가운데선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장,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가 후보로 거론된다. 박 사장은 지난 2022년 우리은행장 선출 당시 최종 후보 3인에 들 정도로 그룹 내 신뢰가 두텁다. 1980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42년 동안 기업·가계여신 부문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중간 관리자 시절 대부분을 영업 최전선에서 보낸 만큼 현업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김 대표는 은행에서 지점장을 비롯해 본부 자금시장그룹장을 맡는 등 여신업과 트레이딩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 경험이 풍부한 김 대표가 행장을 맡으면 증권·은행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 대표는 1989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기업그룹 부행장, 우리금융 대외협력단, 업무지원그룹 상무, 사업관리부문 부사장 등을 맡으며 조직관리를 총괄해 왔다. 지난 2020년 행장 선출 당시 최종후보 3인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인사로 지주 부사장직에서 물러난 인물들도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박종일 전략부문 부사장, 정석영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 등이다. 박 부사장은 우리은행에서 개인영업전략본부장, 전략기획부 본부장을 지내며 '전략통'으로 활약했다. 정 부문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며 투자금융(IB), 트레이딩 등 자본시장 경력이 풍부하다. 임 내정자와 같은 연세대 출신이다.
 
이 밖에 현직에서 물러난 전직 임원과 외부 출신이 임명되는 등 파격 인사가 단행될 수도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0년 조직을 이미 떠났던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은행 수장으로 임명하는 예상 밖의 결정을 한 바 있다. 당시에도 우리금융은 사모펀드 사태로 조직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었다. 외부 인물이 임명될 경우엔 젊은 인사가 발탁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국내 은행장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1966년생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최연소 시중은행장으로 발탁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우리금융 전체 임원 변화폭이 굉장히 컸던 만큼 의외의 인물이 행장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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