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이자·증여세 부담액 연 400억 평가
노조 고발한 MKT 부당지원도 ‘배임죄’ 포함
8일 특경가법 배임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 사진=연합뉴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범행 목적을 총수 지위 획득과 유지라고 결론 내렸다. 매년 400억에 달하는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배임 등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7일 시사저널e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조 회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 회장은 지난 2021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아버지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매입한 23.59%의 한국앤컴퍼니 지분과 기존 19.31%를 합해 최대지분율(42.03%)을 보유하게 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와 증여세를 연간 약 400억원을 부담해야 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급여와 배당액을 올렸고, 총수로서 품위유지를 위한 비용 상당액을 회삿돈으로 감당했다고 봤다. 외견상 합법적으로 가장하는 형태가 아닌 시대착오적이고 노골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또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가 배임에 해당한다고도 결론 내렸다. 조 회장이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며 한국타이어 노조가 고발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된 범죄액수는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2017년 12월까지 약 4년간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가 제조한 타이어 몰드(타이어 패턴 등을 구현하기 위한 틀)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신단가 정책)으로 부당 지원했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 리한에 대한 MKT의 130억원대 회삿돈 대여 부분도 조 회장 배임 혐의 범죄사실에 포함됐다. 리한은 2018년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자금난을 겪어왔다. 130억 전액이 범죄액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MKT 부당지원액과 개인 집수리, 외제차 구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했을 때 조 회장이 약 200억원의 배임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지난 2011년 MKT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을 넣은 행위도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계열사 부당지원 뿐 아니라 계열사에 개인지분을 반영한 행위가 적법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추가 수사로 조 회장의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타이어는 MKT의 인수를 2009년 7월부터 추진했으며, 한국타이어 50.1%, 조현범 회장 29.9%, 조현식 고문 20.0% 지분으로 2011년 10월 그룹 계열 편입했다. MKT는 2016년~2017년 현식·현범 형제에게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조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검찰은 지난 6일 조 회장의 범행이 사익 추구성이 강해 죄질이 불량하고, 진술조작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금융실명법위반,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1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1, 2심에서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이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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