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2개 분기 연속 흑자 기록
시장점유율 기준 쿠팡이 2위···매출도 이마트 거의 쫓아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와 신세계 그리고 현대백화점으로 구성됐던 유통 빅3가 재편될 위기에 놓였다. 쿠팡이 전통 유통강자인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을 넘어서면서다. 2분기 연속 흑자를 거듭한 쿠팡이 신세계 턱 밑까지 쫓아온 가운데 유통 시장 변화가 감지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규모만 약 26조59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롯데쇼핑(15조4760억원)을 넘고, 신세계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이마트(29조3335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쿠팡 영업이익 추이. / 자료=쿠팡, 표=김은실 디자이너
쿠팡 영업이익 추이. / 자료=쿠팡, 표=김은실 디자이너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쓴 쿠팡은 지난해 4분기도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4분기에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쿠팡은 영업손실도 줄여나갔다. 지난해 쿠팡은 연간 영업손실 약 1447억1132만원(1억1201만달러)로 전년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쿠팡은 지난해 활성 고객도 1811만5000명으로 2000만명에 가까워졌고, 이 중 유료회원수만 1000만명을 넘겼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국내 유통 시장은 오프라인 중심에 가격도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라며 “더 다양한 상품군, 더 낮은 가격, 특별한 서비스라는 더 좋은 대안을 만들어 고객이 ‘와우’할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은 향후 수년간 유통시장에서 상당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먹거리(로켓프레시·쿠팡이츠), 볼거리(쿠팡플레이), 핀테크(쿠페이), 해외사업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실험과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쿠팡은 분기 흑자,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유통업체 매출 1위인 이마트와 규모 격차도 좁히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흑자 기조를 예의주시하면서 앞으로 유통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4.4%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쿠팡의 이같은 성장은 유통 강자인 신세계와 롯데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유로모니터 조사 기준 유통시장 점유율은 이마트가 5.1%, 롯데가 2.5%로 이미 쿠팡은 빅3에 해당한다.

특히 쿠팡은 상장 직후 자본금을 물류망 구축에 쏟아 부었다. 지난해 기준 쿠팡의 물류망은 436만㎡(132만평)으로 2020년 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쿠팡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대구 풀필먼트센터를 물류 자동화 기술 테스트베드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에 후방 물류센터를 만드는 방식인 PP(포장·집하)센터 확대 계획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고, SSG닷컴은 충청권 새벽배송을 중단했다. 롯데도 직접 투자 대신 영국의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를 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올해도 이커머스 성장 여력은 큰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200조원)보다 40조원 높은 240조원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유통 시장 규모도 올해 602조원에서 2026년 700조원대로 성장해 점유율 확대를 위한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간 각축이 예상된다.

아울러 쿠팡은 올해 연간 실적 기준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쿠팡의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감가상각 전 순이익)는 4925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정 에비타는 영업활동만으로 벌어들인 현금 흐름을 의미한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조정 에비타가 흑자를 기록한 만큼, 올해도 쿠팡이 지난해처럼 연간 조정 에비타 흑자 기세를 이어간다면 흑자 전환도 충분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그동안 계획된 적자를 강조해왔는데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도 있어보인다”며 “변수는 신세계, 롯데가 갖고 있는 오프라인 경쟁력이다.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이 올해 온·오프라인 유통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따라 유통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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