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는 중국 저가공세에 밀렸지만 반도체는 기술력으로 한국이 절대적 우위
OLED는 양국간 기술 격차 줄어···배터리 경우 저가형은 중국, 프리미엄군은 한국이 각각 우세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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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국기업들이 주력산업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더욱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주요 산업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의 성적표는 1승 1패로 분석된다. 우선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선 확실히 중국에 시장을 내줬다는 평가다. 한때 삼성과 LG가 세계 1위를 석권하고 있었으나,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어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시장을 중국에 사실상 뺏기게 됐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버티지 못한 탓이다.

반도체 부문에선 아직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반도체 수입을 줄이기 위해 2015년부터 ‘칭화그룹’을 중심으로 ‘반도체 굴기(반도체 육성정책)’를 밀어붙였다. 메모리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들이 주 타깃이 됐지만 해당 부문은 삼성과 SK가 현재까지 절대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LCD와 반도체 부문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은 기술력 차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인사는 “LCD의 경우 여러 겹의 판을 합쳐 만든 구조이기 때문에 후발업체들이 기술적으로 따라잡기 쉽지만, 반도체는 핵심기술을 알아야 하고 품질 차이가 명확해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확실한 기술력 차이를 보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양국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배터리 시장을 놓고 격돌 중이다. OLED는 사실상 LCD에서의 중국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우리 업체들이 파고든 시장이다. LCD와 달리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국내 기업이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었으나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이 LCD에 이어 OLED에서도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강민수 수석 연구원은 ”과거 5~6년 정도였던 중국과의 OLED 기술 격차가 현재는 2~3년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형 OLED에서 기술격차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독려했는데, 이와 같은 상황 속 기술투자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한민국 대표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배터리 산업에서 역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달리고 있고 중국 CATL이 2위, SK온과 삼성SDI가 각각 4, 5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최근엔 CALT이 제품가격을 크게 낮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저가공세에 시장을 내줬던 LCD 시장을 떠올리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향후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중국 업체들은 저가형은 LFP 배터리에 집중하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프리미엄군인 MCN 배터리에 주력하며 LFP 시장 확대 움직임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군이 다양화되면 저가형 배터리 뿐 아니라, 프리미엄 배터리도 많이 탑재될 것”이라면서 “중국업체가 내수에 집중하던 때부터 미국, 유럽시장을 공략해 온만큼 기존 업체들과 신뢰를 공고히 하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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