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기업인 아닌 관료 출신 영입에 ‘갸우뚱’
매번 언급되던 기업인들 아닌 외부인이 맡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파격이란 평가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수락 인사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수락 인사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차기 회장 찾기에 난항을 겪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단 시간은 번 모습입니다. 차기회장 자리를 대행할 회장 직무대행 자리에 김병준 사회복지모금회 회장이 선출됐습니다. 김 회장대행은 본인의 임기를 6개월로 정하고 전경련 조직 혁신 및 차기회장 찾기에 열중할 계획입니다.

그야말로 임시로 자리를 맡은 것이지만 그래도 허창수 회장 말고 다른 누군가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된 것 자체가 워낙 오랜만이다 보니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 중 특히 이슈가 되는 부분이 그가 기업인이 아닌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인데요.

실제로 김 회장대행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참여정부 인사입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인수위에 들어가 주요 역할을 하기도 했죠.

비록 대행이지만 전경련 회장을 재벌총수가 맡지 않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일단 전경련 내규에 따르면 전경련 회장은 기업인이 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전경련이 대기업 단체이고, 그동안 회장을 주로 재벌총수들이 맡아왔다 보니 여전히 기업인이 해야 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사실 전경련 회장을 꼭 기업인이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이처럼 규정상은 문제가 없는데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비춰볼 땐 어떨까요? 이와 관련한 평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우선 그가 정치권과 인연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전경련이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 인물을 세우는 것은 좀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재계에선 이와 반대로 오히려 보는 관점에 따라 파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허창수 회장 체제 12년 동안 회장으로 언급되던 인물들을 보면 결국 매번 언급되던 전경련 회원사의 기업인들인데요. 그런 인물들에 비하면 김 회장대행 체제는 오히려 예상 밖의 결정이라는 것이죠.

또 어차피 회장대행의 역할이 계속 회장을 맡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혁신하고 앞으로 전경련을 이끌 인물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외부인물이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김 회장대행의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철학이 전경련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고요. 김병준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전경련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찌됐든 앞으로 전경련이 과거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는 김병준 회장대행에 달렸습니다. 향후 6개월 간 조직 이미지 쇄신, 4대 그룹 복귀, 차기 회장 선임 등 굵직한 현안들을 그가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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