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현 수준 3.5% 유지
국내경제, 경기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성장세 둔화 지속
“금리 인상 파급효과 점검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앞서 한은 역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만큼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물가와 경기 상황을 함께 살펴보며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긴축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의 금리 동결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은 기준금리 결정 역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경기침체 우려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 부진 여파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0.4%)로 돌아서며 경기둔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 회복세도 약해지는 추세다.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으나 앞서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연속 인상해온 만큼 성장 하방 위험을 고려해 금리 인상 파급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미국 고용 및 물가 지표 발표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약세 흐름을 이어오던 미 달러화가 빠르게 강세로 전환됐고 장기시장금리도 상당폭 반등하는 등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방역정책 완화 이후 중국경제의 회복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됐지만 IT 경기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소비 회복 흐름도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 경기 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년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1.7%)를 소폭 하회하는 1.6%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전기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등의 높은 오름세 등으로 1월 중 상승률이 5.2%로 전월 5.0%보다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월 중 4.1%,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 중 4.0%를 나타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둔화되겠지만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둔화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3.6%)를 소폭 하회하는 3.5%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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