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카겜즈 호실적 배경엔 MMORPG
게임성·비즈니스 모델 지적에 차별화 시도

22일 기준 구글플레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사진=구글플레이 갈무리
22일 기준 구글플레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사진=구글플레이 갈무리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국내 게임사가 올해 플랫폼 및 장르 다변화를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주력 신작으로 내세운다. 좀처럼 탈MMORPG에 성공하지 못한 채 MMORPG 일변도의 시장 재편이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위메이드 등이 올해도 대작급 MMORPG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PC·콘솔 플랫폼을 지원하는 TL을 선보인다. 21~22일 이용자 100명을 본사로 초대해 5시간에 걸친 파이널 테스트로 검증 단계에 돌입했다.

넥슨은 올해 선보일 9종의 게임 중 ‘나이트워커’ ‘마비노기 모바일’ ‘프라시아 전기’를 MMORPG로 선보인다. 프라시아 전기는 출시를 앞두고 사전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넥슨은 해당 게임에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진을 투입해 연구·개발했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음달 MMORPG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한다. 이어 올해 2분기에 MMORPG ‘아레스’를 선보이며 ‘제2의 오딘’을 만들겠단 계획이다. 오딘이 출시 3년차를 맞이하면서 흥행을 이을 후속작 찾기에 나선 것이다. 

◇ 모바일 매출 상위권 포진···여전히 실적 이끌어

게임사들이 플랫폼 및 장르 다변화를 내세우면서도 MMORPG 장르를 고수하는 이유는 매출 측면에선 MMORPG가 여전히 강세이기 때문이다. 이날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를 보면 ‘리니지M’부터 '오딘: 발할라 라이징', '리니지W', '리니지2M’ 등 국내 MMORPG가 1~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위권으로 넓혀보면 6위인 ‘데블M’과 10위를 기록한 ‘히트M’ 등을 포함해 총 6개의 게임이 MMORPG였다.이외의 게임은 4개로 어드벤처 장르 2개, 시뮬레이션 장르 1개, 스포츠 장르 1개 순이다. 

실제 모바일 MMORPG 장르는 지난해 게임사의 실적을 견인했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과 PC게임 매출 모두 MMORPG 장르에 의존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뿐만 아니라 ‘블레이드&소울’ '길드워' '아이온' 등 MMORPG 게임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2조324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0.4%를 차지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의 경우 ‘리니지W’의 실적이 온기 반영되면서 전년보다 20% 증가한 1조93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리니지W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9708억원이다. 리니지M은 5165억원, 리니지2M은 3915억원, 블레이드&소울2는 556억원 등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2021년 오딘 출시 180일 만에 누적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은 2020년 4955억원에서 2021년 1조125억원으로 104% 증가했다. 지난해도 오딘의 글로벌 확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인 1조1477억원을 기록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MMORPG ‘히트2’의 활약으로 연간 모바일 매출이 전년 대비 41% 증가한 1098억엔(1조538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히트2는 출시 한달 만에 누적 매출 4400만달러(628억원)를 넘어섰다. 이 게임은 출시 첫날 일매출 70억원을 달성했다. 히트2 개발사 넥슨게임즈가 출시한 게임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김영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 교수는 “국내 게임 유저들은 콘솔 같은 새로운 플랫폼보다는 모바일이나 PC 플랫폼에 익숙하고 높은 충성도를 갖고 있다”며 “게임사들이 아무리 플랫폼과 장르 다양화를 한다고 해도 MMORPG 모바일 게임을 버릴 수는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이널 테스/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21~22일 TL의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진=엔씨소프트

◇ 이용자 비판·규제법 앞두고 있어 ‘한계’

다만, MMORPG 장르마다 비슷한 세계관과 콘텐츠,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높은 과금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면서 탈MMORPG 당위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트럭시위’를 기점으로 ‘한국형 MMORPG’를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됐고,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규제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변수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담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해당 법안은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이에 게임사들도 기존 MMORPG 게임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IP가 아닌 새로운 IP에 기반해 TL를 선보인다. 또 콘솔 플랫폼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아레스는 근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만들어 SF 장르의 신선함과 MMORPG의 대중성을 잡는 게 목표다. 넥슨은 MMORPG에 실시간전략(RTS), 백병전 등 여러 장르와 결합한 신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이 생길 정도로 국내 게임사들이 갖고 왔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게임 유저들의 눈높이나 플레이 방식도 많이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글로벌 시각에서 볼 때 중국 개발사들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게임사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콘텐츠 차별화, 장르 및 플랫폼 다양, 비즈니스 모델의 다양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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