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발인 조사 종료, 수사 속도···구 대표 등 피고발인 소환해 각각 조사 예정

구현모 KT 대표가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업무상 횡령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업무상 횡령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검찰이 구현모 KT 대표 등 KT 사내·외이사 전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검찰은 구현모 대표 등에 대한 피고발인 소환 조사도 연이어 진행할 전망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주 구 대표 등 KT 이사진 전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초 조사를 마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은 고발장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약 3개월여 만이다.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검찰은 조만간 구 대표 등 이사진 전원을 대상으로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참여연대, 민주노총,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시민단체는 국회의원에 대해 ‘쪼개기 후원’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 대표와 KT 이사회 전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해 11월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사내이사 2명(구현모, 윤경림)과 사외이사 8명(강충구, 이강철, 김대유, 유희열, 표현명, 여은정, 김용헌, 벤자민 홍) 등 총 10명이다.

이들 시민단체는 KT 이사회가 구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350만달러(42억4000만원)의 과징금과 280만달러(3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고도 구 대표 등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 SEC는 조사결과 KT가 자선 기부금, 제3자 지급, 임원 상여금, 기프트 카드 구매 등에 대한 내부 회계 감시가 부족했다고 보고 이같은 처분을 내렸다.

참여연대 등은 “미 SEC가 KT 경영을 조사했고, 그 결과 KT는 75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했다”며 “결국 주주의 이익으로 귀결돼야 할 회삿돈이 뭉텅이로 불법정치자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살포되고, 이런 범법 사실로 인해 미국 SEC에 과징금을 납부함으로써 주주들은 커다란 손실을 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경영진의 잘못으로부터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마땅한 KT 이사회는 범죄사실에 대한 책임 규명을 하지 않았고, 해당 경영진에 배상을 물리기 위한 소송 등 어떤 환수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서 “과징금 추정을 합의한 구 대표가 연임을 추진하고, 이사들이 이를 심의하는 것은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았단 것을 보여준다. 이 회삿돈이 주주의 것이란 점에서 명백한 배임 횡령”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검찰은 KT 이사진이 미 SEC 과징금 납부와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은 것을 배임으로 볼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차기 KT CEO 선출 절차를 세 차례 진행하는 등 KT 이사진이 구 대표의 연임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과정에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시행하지 않아 발생한 경영상 손실에 대해서도 배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KT는 구 대표의 연임이 결정되지 않다 보니, 통상 12월 진행하던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진행하지 못한 채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임원들의 계약을 1개월씩 연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KT 이사회가 지난 9일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KT CEO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경영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KT 이사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말 구 대표를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지만, 정부·여당의 ‘깜깜이 경선’ 지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구 대표는 20일 13시 마감되는 차기 CEO 공모에 재차 지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초기에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가 맡아 수사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반부패수사3부로 재배당되며 강도 높은 수사가 예고됐다. 반부패수사부는 검찰의 대표적인 직접수사 부서로, 소위 '윤석열 라인'이 포진한 부서다. 이 중 반부패수사3부의 강백신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인사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참여한 바 있다. 반부패수사3부는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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